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7.05 16:06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1분기 만에 3조 늘어…보험, 1조 빠져나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자료제공=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올해 1분기 말 기준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자료제공=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300조원을 넘긴 가운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일주일 뒤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통상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과 보험에 몰려있었지만, 자산운용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이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오는 12일 본격 시행된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지난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고, 적립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따로 지시하지 않으면, 퇴연금사업자(운용사)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춰 대신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도입돼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41개 사업자가 279개 상품을 승인받았고, 실질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은 21개 금융사의 135개 상품이다.

3개월 수익률 상위 5개 상품은 모두 고위험 상품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연금통합포탈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국민은행의 'KB국민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로 7.86%를 기록했다. 

뒤이어 ▲한화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2(6.71%) ▲KB손해보험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1(6.29%)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6.20%) ▲하이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3호(5.92%) 등 모두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디폴트옵션 시행 전 퇴직연금 수익률이 평균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다만 고위험 상품들의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의 상품은 -0.30%로, KB손보의 상품도 -0.13%를 기록했다. 

고위험 상품에 이어 중위험 상품이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험 상품 중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KB손보 디폴트옵션 중위험 TDF 1'로 5.31%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어 미래에셋생명의 디폴트옵션 중위험 BF1은 4.34%,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포트폴리오2,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포트폴리오 1이 각각 4.17%, 3.87%로 나타났다.

저위험 상품 중에선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2가 3개월 수익률 4.02%로 저위험 상품 중 유일하게 4%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그외 ▲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2.79%)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1(2.72%) ▲농협은행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1호(2.70%) ▲농협은행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2호(2.67%) 등은 2%대 수익률을 보였다.

초저위험 상품 중에선 '현대차증권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와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포트폴리오'가 3개월 수익률 1.15%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증권과 KB증권 상품이 1.14% 수익률을 보였다. 그외 초저위험 상품들의 수익률도 1% 초반에서 0%대 후반 수익률을 보였다.

고위험 상품들의 평균 3개월 수익률은 4.81%, 중위험은 3.22%, 저위험은 2.33%, 초저위험 1.11%로 위험등급이 높을수록 수익률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의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고위험 상품 중 6개 상품의 사업자가 증권사였으며, 중위험에선 5개, 저위험 5개, 초저위험 7개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은 고위험에서 3개, 중위험 3개, 저위험 5개, 초저위험 2개로 나타났다. 보험은 고위험 1개, 중위험 2개, 저위험 0개, 초저위험 1개로 나타났다.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331조7240억원으로, 그중 은행이 170조8255억원(51.5%)을 차지하고 있었다. 증권과 보험은 각각 73조8467억원(22.2%), 87조518억원(26.2%)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338조3660억원)에서 증권사는 76조8838억원을 차지하며 비중도 22.7%로 높아졌다. 은행도 174조9013억원으로 51.7%를 차지했다. 반면 보험은 전체 시장규모가 성장했음에도 오히려 86조5809억원으로 줄어들며 비중도 25.6%로 하락했다.

대다수 근로자가 회사에서 주로 거래하는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고 있어 은행으로의 자금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는 자금운용 역량으로 매년 퇴직연금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디폴트옵션이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자금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마케팅·홍보에 힘써 점유율 높이기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결국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과 증권사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인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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