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7.06 14:03
잠수교 국제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 (이미지제공=서울시)
잠수교 국제 디자인 공모전 포스터 (이미지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반포대교 하단에 '잠수교'라는 다리가 있다. 1979년 준공된 이 다리는 너비 18m, 길이 795m로, 홍수때는 물에 잠기도록 설계됐고,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중앙부분에 종단경사통로(아치형)를 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용산과 강남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구실을 하고, 홍수시에는 한강의 수위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 다리가 자동차 없는 '보행전용' 다리로 전환된다고 한다. '선(先)디자인 후(後)사업계획' 방식에 따라 디자인을 먼저 짜고, 나중에 예산 등 사업계획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디자인 공모는 오는 7일부터 8월 29일까지 받고, 결과는 9월 13일 발표한다. 이번 공모에서는 도시·건축·조경·문화·구조 등 관련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디자인과 콘텐츠, 규모, 공사비 등을 제안 받아 8개 작품을 선정한다.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잠수교의 활용방안과 남·북단 접근로 설계와 공사비 등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 공모 참가자는 한강의 수리적·생태적 특성과 교량이라는 구조적·기능적 특성, 시민에게 제공되는 새로운 여가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잠수교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잠수교 교량 상부 공간과 남·북단 접근로에 대한 설계와 공사비는 물론 주변 지역과 수상 공간 연계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구상안을 제안 받은 뒤 시민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수렴,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디자인 공모 결과에 대해선 포럼이나 공청회 등의 방식으로 시민 의견 청취를 거쳐 단계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설계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디자인 공모 당선자는 기본설계 용역을 수행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다.

잠수교를 보행전용으로 바꾸는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이동이 편리한 한강'을 위해 한강 최초의 보행전용 교량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한강 다리 중 잠수교의 길이가 가장 짧고 높이가 낮아 도보접근이 가능한 점과 반포대교라는 지붕과 그늘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강 수면과 가장 가깝다는 면에서 새로운 유형의 시민 여가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만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민 공감대 조성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앞서 서울시는 잠수교 보행도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반응을 수렴했다. 최근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지난해 1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시민이 잠수교의 보행교 전환에 찬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잠수교가 전면 보행화되면 시민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한강 수면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걷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외국인이 찾는 관광자원으로서 새로운 가치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자동차 없는 잠수교를 거닐며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한강의 정취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번 디자인 공모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가해 잠수교를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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