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7.12 11:20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가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3계단 하락했다. 전반적인 성장 활력이 떨어진 데다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화로 환산된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장 순위 하락도 문제지만 당분간 다시 '톱 10'에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걱정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는 1조6733억달러로, 전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1년 한국의 명목 GDP(1조8109억달러)보다 1376억달러 떨어진 것이다. 명목 GDP는 한 나라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한 나라 경제 크기를 나타낸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5조4627억달러로 1위를, 중국이 17조876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4조2256억달러), 독일(4조752억달러), 영국(3조798억달러), 인도(3조96억달러), 프랑스(2조7791억달러), 캐나다(2조1436억달러), 러시아(2조503억달러), 이탈리아(2조105억달러) 등의 순으로 '톱 10' 반열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지난해 13위를 기록했던 브라질(1조8747억달러)이 11위로 올라섰고, 호주(1조7023억달러)가 12위로 한국을 추월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3년 연속 GDP 순위 '톱 10'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의 GDP 순위는 2005년 10위를 기록한 뒤 줄곧 10위권 밖에 머물다가 2018년 다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9년 12위로 두 계단 밀렸다가 2020년 재차 10위를 탈환해 2021년까지 2년 연속 '톱 10'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13위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순위가 3계단 밀려난 것은 성장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데다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 전환 지표들이 대부분 안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 수출국들의 경우 다른 통화에 비해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를 제친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 등은 모두 석유나 광물 등 원자재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다시 '톱 10'에 오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리 경제 실질 성장률이 올해 1%대 중반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강달러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달러 환산 명목 GDP 역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어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춘 반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1.1%에서 1.2%로 높여 잡았다. 특히 우리를 추월한 호주의 경우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러시아(0.7%), 브라질(0.9%)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보다 저조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명목 GDP 격차나 환율 등을 감안하면 우리가 다시 추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곳곳이 암초투성이다. 이대로 가면 성장의 추동력을 잃고 급전직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을 서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심각한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도 들리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경제규모 추락에 켜진 경고등에 위기감을 가지고 경제 주체 모두가 합심해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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