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7.21 12:22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재지정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늘(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약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물품을 수출하거나 기술을 제공할 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적다면 개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정책적으로 모두 차단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이나 그렇게 지정된 대상을 말한다. 모두 허용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차단하는 대상을 지정하는 것 또는 그렇게 지정된 대상을 가리키는 '블랙리스트'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화이트리스트가 수출과 관련해서 쓰일 경우에는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다른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 신청이나 절차 등에서 우대해 주는 국가를 가리킨다. 우리말로는 '수출심사 우대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간에 수출심사를 우대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 금이 간 것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들에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일본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나섰고, 다음 달인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도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데 이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맞대응 조처를 하면서 수출규제 갈등이 심화됐다.

평행선을 걷던 이런 갈등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해빙무드를 탔다.

먼저 행동에 옮긴 것은 우리 정부다. 지난 4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했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도 철회했다. 일본도 화답했다. 지난 3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철회한 데 이어 이날 화이트리스트 재지정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완료하면서 양국 간 수출규제 갈등이 매듭을 짓게 된 것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이 한국에 비해 늦어진 것은 우리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만 하면 되는 사안지만 일본은 국무회의 격인 각의 결정을 거쳐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두 나라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탈(脫)탄소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제조 강국인 한국과 일본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경제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경제안보 재편 흐름이 거세고, 글로벌 경제가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도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밀접한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 이유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단지 화이트리스트 복원으로만 안주해선 안 된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탈(脫)중국과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강화부터 디지털 전환, 수소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더 단단하고 진화한 경제지평을 구축하는데 양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두 나라 모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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