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7.28 18:29

테슬라-인도 정부, 현지 중저가 생산기지 설립 '협의 중'
현대차·기아, 'EV3', 'EV4' 생산 투입 일정 '아직'

일론 머스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나렌드라 모디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나렌드라 모디 트위터 캡처)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테슬라가 인도 시장 진출에 재도전한다. 중저가의 전기차를 인도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14%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진출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28일 로이터 통신 등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간부들은 이달 중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 인도에 저가 전기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해당 공장에서 2만4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및 판매가 이뤄지게 되면 전기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가 인도 시장을 공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테슬라와 인도 정부는 부품 조달과 인센티브 등 공장 건설 관련 문제를 논의했으나, 협상 막판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도 정부의 입장과 차량을 수입해 인도 시장을 테스트해 보겠다는 테슬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수익성 확보에서 인도 시장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테슬라는 현지에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테슬라는 5억달러 이상의 현지 부품 조달 및 인센티브 등 공장 건설과 관련한 인도 정부와의 조율을 추진 중이다.

2023년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 자료. (자료제공=현대차)
2023년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 자료. (자료제공=현대차)

인도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미국, 유럽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545만6857대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특히 전동화에 대한 인도 정부의 의지는 남다르다. 현재 인도의 전기차 보급률은 1% 수준이지만,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 정부와 합심해 전기차 구매 시 도로세를 면제하고, 소득세에서 공제해 주는 등 강력한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인도 생산공장 작업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인도 생산공장 작업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테슬라의 현지 진출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전기차 시장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매우 의미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테슬라가 인도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했었으나, 이번에는 인도 정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입장에선 인도 시장이 아쉬운 만큼, 손익 계산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의 인도 시장 진입은 국내 자동차 업체에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수입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면 가격도 양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기반의 원가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라며 "차별화 포인트를 가진 다양한 라인업을 무기로 시장에 적극 대응해 우위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맞춤형 차량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맞춤형 중저가 전기차를 인도에 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인 'EV3', 'EV4'를 출시해 가격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이나 인도는 특수한 시장인 만큼 시장 환경에 맞춰서 경차 및 소형차 위주로 공략할 것"이라며 "EV3나 EV4의 생산 투입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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