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8.03 16:24

윤창현,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분산원장' 이용 허용
미래에셋증권, 내년 초 선보일 예정 …중소형 증권사들도 본격 준비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사진제공=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사진제공=신한투자증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정부가 토큰증권(STO) 시장 제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시장 선점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조직 개편, 협의체 구성 등 사전 준비 단계였다면 이제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에서는 증권에 관한 정보(권리 내용, 권리자, 보유 수량 등)를 담는 공적장부로 분산원장 이용을 허용했다. 

현행 법에서 공적장부는 '실물증권'과 '전자증권' 두 가지인데, 이번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한 토큰증권도 증권으로 인정받게 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의 유통도 기존 증권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고, 다양한 기관에 대해 투자계약증권의 장외 거래 중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혁신으로 '증권을 거래하는 방법'에 대한 제도가 바뀐 것"이라며 "즉 권리를 표시하고 이전하는 방법 측면에서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관련 법제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토큰증권 사업 진출을 정식으로 승인받아 본격적으로 토큰증권 비즈니스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담 조직인 블록체인부를 출범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증권업계 최초로 'STO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은 후, 올해 2월 50여개 기업과 'STO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다양한 기초자산 보유 업체와 지속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현재는 인프라 시스템을 개발해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토큰증권 통합 플랫폼 개발에 착수해 내년 초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컨소시엄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하나은행과는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고, SKT와는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과 토큰증권 대상인 기초자산의 공동 발굴과 연계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과 함께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구성했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등 4개 기업과 기업간 협의체인 'STO 비전그룹'을, KB증권은 STO 관련 사업자들을 모은 'ST오너스' 등을 구성했다.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올해 하반기 들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DT전략부'를 신설했다. DT전략부는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는 부서로, 토큰증권, 마이데이터 등을 전담한다.

IBK투자증권도 지난달 토큰증권 사업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펀블, NICE평가정보는 등 15개 기업을 초청해 IBK투자증권의 토큰증권 사업 추진 방향 등을 발표했다. IBK투자증권은 간담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내에 토큰증권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년 2분기 내 시범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 5월 람다256, 아이티아이즈, 델리오 등과 함께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권사들이 토큰증권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빠른 성장성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금융업이 주도하며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국내 GDP의 14.5%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금융위의 STO 가이드라인 발표 후 약 5개월동안 증권사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며 "증권사는 전통금융사 중 토큰 증권 유통시장 영업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어 신규 먹거리로 준비 중이며, 고객 확보 및 플랫폼(MTS) 강화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준비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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