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07 11:45
우리은행이 연 5%대 금리로 출시한 청년도약대출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연 5%대 금리로 출시한 청년도약대출 (사진제공=우리은행)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2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30대 연체율도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청년층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연체율은 당분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금융불안과 소비위축, 저출산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19개 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만 20세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이는 연령별 연체율 자료가 제출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다, 사실상 역대 최고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배인 15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30대의 연체율도 0.17%로 2019년 3분기 말(0.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2022년 1분기 말까지 줄곧 0%였던 19세 이하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말 12.5%에서 올해 2분기 말에는 20.0%로 증가했다. 불과 1년 사이 7.5%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전세나 월세 자금을 대출받고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뜻이다. 20대 이하의 연체율 증가는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 금융상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20~30대 청년층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들은 이미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취약차주 10명 중 4명은 30대 이하 청년층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 것. 취약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대출자를 일컫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취약차주 126만명 중 46만명(36.5%)이 30대 이하 청년층이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청년 취약차주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취약차주가 1년 새 1만명 준 것과는 달리 청년 취약차주는 같은 기간 4만명이나 늘어나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의 열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영끌, 빚투가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에는 그 말로는 뻔하다. 자산 감소는 물론 인생 자체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질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득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청년 가구 중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0% 이상인 사람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는 것은 청년층 대출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청년층의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를 좀먹는 뇌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사회 문제인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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