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08 00:00
CU 직원이 알뜰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오는 14일이 택배 쉬는 날이지만 CU는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 (사진=BGF리테일)
CU 직원이 알뜰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오는 14일이 택배 쉬는 날이지만 CU는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 (사진=BGF리테일)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택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언제부터인가 택배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군이 되면서 하루도 택배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A씨의 사례를 보자.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그날 먹을 식재료가 배달이 되어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들이 필요한 시간에 문 앞으로 배달되고 있으니 그처럼 편한 것이 없다. 자신이 보내고 싶은 것도 언제 어느 때나 전국 방방곡곡으로 보낼 수 있으니 세상사 편함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택배가 없으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편리함 때문이 아닐까.

이런 고객들의 편의가 커지면 커질수록 택배 종사자들의 피로도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무한대로 진화하는 택배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택배 종사자들은 언제 쉬라고. 물론 마음먹으면 언제든 쉴 수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하루도 비울 수 없고, 자신은 물론 일가족의 밥줄이 걸린 일을 쉽게 놓을 수 없어서다. 쉬고 싶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택배 쉬는 날'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 종사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주요 택배사와 함께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런 '택배 쉬는 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행된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은 오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고 일요일인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배송 업무를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2일에 접수한 택배는 16일 이후 배송되고, 이들 택배사를 이용하는 편의점 택배도 일부 중단된다.

모든 택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택배사가 아닌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쿠팡 로켓배송과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평소대로 이뤄진다. GS25와 CU 편의점의 자체 배송 차량을 이용한 '알뜰택배(반값택배)' 서비스도 그대로 진행된다. 심지어 CU의 경우는 오는 20일까지 토스나 번개장터에서 알뜰택배를 접수하면 500원을 할인해주고, 8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에 포켓CU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뜰택배를 예약하면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까지 진행한다. 이는 지난해 택배 없는 날에 편의점으로 택배 수요가 몰리면서 알뜰택배 이용 건수가 직전 주보다 95%가량 증가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 때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리함은 극도로 추구하면서 남의 고충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만 편하면 되지 왜 남의 불편을 생각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산이다. 만약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택배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존의 유통시스템은 물론 개인의 일상생활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지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이다. 이번 택배 쉬는 날에 종사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쉬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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