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09 00:01
기상청이 8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자료제공=기상청)
기상청이 8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 (자료제공=기상청)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태풍 예상 경로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9일) 오후 9시쯤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제6호 태풍 '카눈' 경로만큼 논란이 뜨거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일본 규슈를 지나 동해 진출'에서 시작해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을 따라 북상'으로 바뀌더니 이후 '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반으로 가르며 관통'으로,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태풍의 이동 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계속 조정되고 있어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카눈이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적도고기압 등 고기압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카눈의 위치와 고기압 세력에 따라 카눈이 타고 움직이는 지향류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카눈의 국내 상륙 가능성이 처음 제시된 6일에는 카눈 동쪽의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세가 고려됐다가 현재는 카눈 자체의 세력과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세, 우리나라 북쪽에서 대기 상층으로 유입되는 기압골 등이 카눈의 경로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러 수치예보모델이 예상하는 유력 경로 간 동서 편차가 약 700㎞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이동 경로가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실제 기상청은 8일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정보에서 이날 오전 9시 일본 가고시마 남쪽 300㎞ 해상을 지난 카눈이 9일 오후 9시 서귀포시 동남쪽 220㎞ 해상을 거쳐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 해상까지 북상하고 이후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는 카눈 상륙 지점을 '경남 남해안'으로 지목했지만 이날 오전에는 '남해안'으로 범위를 넓혔고, 전남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예상 경로를 바꾼 것은 한국 기상청만이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의 기상당국도 일본 규슈를 지나 동해 진출에서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을 따라 북상, 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반으로 가르며 관통,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태풍의 이동 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계속 조정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축은 이번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최신 예상 경로를 통해 카눈의 중심이 수도권을 지날 것으로 예보했다. 일본과 중국, 대만 기상청도 카눈이 전남 남해안에 상륙한 뒤 충남을 거쳐 수도권을 '오른쪽 위험반원'에 두고 북서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수도권이 진행 방향 오른쪽에 든다는 점에서 카눈의 경로가 서쪽으로 이동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데 있다. 태풍 주위의 바람은 중심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중심 오른쪽이 왼쪽보다 바람이 강하고, 이로 인해 비바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카눈의 강풍반경(풍속이 15㎧ 이상인 구역)이 30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넓다는 것도 걱정이다. 우리나라 국토 동서 폭이 약 300㎞이기 때문에 카눈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전국이 위험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카눈 북쪽 비구름대와 강풍대가 만나 우리나라에 많은 비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한 비바람을 이겨내기 위해선 사전대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도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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