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14 11:20
(사진=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류현진이 빅리그 승리 투수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19일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가 444일 만에 승리를 맛본 것이다. 정상급 투수로 다시 설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뚫고 그가 승리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하면서 코리안 빅리거 최고령 선발승의 주인공이 박찬호에서 류현진으로 바뀌었고, 앞으로 어떤 기록을 다시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비자책)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승리를 챙긴 건 지난해 5월 27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5이닝 6피안타 2실점) 이후 444일 만이다. 이로 인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승리는 75승에서 76승(46패 1세이브)으로 한 개 더 늘었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메이저 리그 정상급 투수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직구(40개) 최고 구속은 최고 시속 147㎞(91.1마일), 평균 시속 142㎞(88.4마일)로 수술 전보다는 낮았지만, 구석을 찌르는 완벽한 제구로 후반기 메이저리그 득점 1위 컵스 타선을 제압했다.

무엇보다 주 무기 체인지업(24개)은 날카롭게 떨어졌고, 커터(12개)와 커브(10개)도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류현진이 잡은 삼진 3개의 결정구가 모두 체인지업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지난 경기부터 모든 구종의 제구가 예전처럼 잘 됐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이번 승리는 30대 중반에 재활 1년 이상이 걸리는 수술을 받은 뒤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현지 언론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복귀한다 해도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혹시 돌아온다고 해도 선발 등판해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오프너'나, 오프너와 불펜 사이에서 비교적 긴 이닝을 던지는 '브리지 가이(bridge guy)' 역할을 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고 '완전한 선발'로 복귀해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실제 류현진은 재활 후 등판한 3경기에서 선발 투수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복귀전을 포함해 그가 등판한 3경기 성적은 1승 1패 평균자책점 2.57이고, 최근 2경기 9이닝 비자책 행진도 벌이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기록을 넘어설 것인가로 향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36세 4개월 20일에 선발승하며, 박찬호(35세 10개월 13일)가 기록한 코리안 빅리거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했다. 만약 류현진이 내년에도 빅리그에 잔류한다면 박찬호가 세운 박찬호의 코리안 빅리거 최고령 승리 기록( 37세 3개월 2일) 경신도 노려볼 수 있다.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그가 세운 기록도 그렇지만, 30세 중반의 나이에 재활에서 이겨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힘든 재활 훈련을 한 번도 멈추지 않을 정도로 견뎌낸 강한 정신력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부활 투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류현진의 신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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