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8.16 11:45

미래에셋증권, 상반기 순이익 1→4위…충당금 750억 반영 탓
"하반기는 해외 부동산 손실 본격화…거래대금 상승은 호재"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상반기 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상반기 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이 대거 반영되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년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이차전지 열풍에 거래 대금이 늘면서 리테일에 강한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이 호실적을 거뒀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연결 기준 총순이익은 3조2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6979억원) 대비 11.94%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9% 증가한 3조8399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는 부동산 PF와 CFD 관련 충당금 적립에 희비가 갈렸다. 다만 일평균 거래대금이 상승하면서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리테일 강자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익·순이익 1위는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569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7.34%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70.50% 증가한 4259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호실적 배경으로 거래대금 상승을 꼽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로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수료 수익으로만 4664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4분기 13조원에 머물던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17조원을 돌파했고, 2분기에는 21조원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27조원으로 상승, 키움증권은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도 키움증권과 마찬가지로 수수료 수익으로 4802억원을 거둬들이며 상반기 5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4000억원을 넘겼다. 또한 자산관리(WM) 명가답게 1억원 이상 고객 수가 2분기에만 1만4000여 명 증가하면서 리테일 전체 고객자산이 9조8000억원 늘어났다.

두 증권사 모두 부동산 PF와 CFD 관련 충당금이 다른 증권사보다 적게 나오면서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의 관련 충당금은 약 700억원, 삼성증권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상반기 영업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상반기 영업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충당금 규모가 약 1000억원 반영되면서 올해 상반기 4467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4311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4%, 23.63%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1위를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기간 36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4위로 밀려났다. 미래에셋증권은 CF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해외투자자산 및 미수채권 충당금 약 750억원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4384억원을 기록하며 6위로 밀려났다. 특히 증권가는 메리츠증권이 올해 영업익 7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계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한 NH투자증권도 추정 충당금은 약 300억원으로, 관련 손실을 줄이며 영업이익 4720억원을 시현했다. 순이익은 3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했다.

KB증권도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충당금을 전년 대비 늘렸다.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45억원에서 45.52% 늘어났다. 충당금은 늘렸지만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순이익 2523억원, 영업이익 45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55%, 93.77% 증가한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자기매매 부문 수익에서 수익이 증가하며 당기순이익 24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566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충당금으로 인해 실적이 가장 악화된 곳은 하나증권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올해 상반기 3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0%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6% 줄었다. 하나증권은 지난 1분기 834억원의 순이익을, 9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적자로 전환하면서 487억원의 순손실과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 실적에 대해 "CFD 충당금 518억원, IB 투자자산 손상차손 430억원, 사모펀드 고객 보상금 533억원 등을 인식하며 4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충당금 적립이 없었던 대신증권은 14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3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신증권은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했고, 채권·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호조로 WM 부문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증권가에 관련 손실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기초자산은 국내 부동산과 달리 미국·유럽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률 확대와 가격 하락이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며 "증권사의 관련 익스포저는 13조7000억원인데, 대체투자 펀드 특성상 향후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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