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08.16 17:07

증권 업계 "IFRS17 도입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어"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만 8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진짜 성적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기반의 3분기 실적부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각각 3조4000여 억원, 4조6000여 억원에 달한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이 선두를 달렸다.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에 974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한화생명(7037억원), 교보생명(6593억원), 신한라이프(3117억원), 미래에셋생명(1987억원), 동양생명(1861억원), 농협생명(1415억원) 순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가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며 1위에 올랐다.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151억원이다. 이어 DB손해보험(9181억원), 메리츠화재(8390억원),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252억원), 한화손해보험(1837억원), 농협손해보험(1413억원), 롯데손해보험(1129억원) 순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이처럼 생손보사들은 지난 1분기를 비롯해 올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이미 생손보사들은 지난 1분기에 작년 한 해 순이익의 절반 넘는 실적을 3개월 만에 거둔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이런 역대급 실적이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IFRS17은 특성상 계리적 산출 과정에 보험사별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의 보험사 전체 순이익은 9조1801억원"이라며 "영업환경은 거의 그대로인데, IFRS17 도입 효과로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전체 순이익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는 게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생손보사들은 이번 2분기에 지난 1분기 대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5월 제시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IFRS17 적용 방식은 크게,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연도와 그 이후부터 인식하는 '전진법'과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도 반영하는 '소급법'으로 나뉜다.

삼성생명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4060억원 대비 26.2% 감소한 2998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38.2% 감소한 1574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생명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268억원으로 1분기 1146억원보다 76.6% 줄었다. 또 DB손해보험은 작년 2분기보다 2.4% 감소한 47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찍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진법 혹은 소급법 적용으로 인해 보험사 실적이 제각각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사들의 정확한 실적은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이 통일된 3분기부터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IFRS17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를 열고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회계변경 효과는 전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가이드라인 적용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과 관련해 '올해 6월 결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논란은, 금감원이 설명회보다 앞선 지난 5월에 IFRS17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적용 방식에 뚜렷한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불거졌다.

게다가 일부 보험사가 IFRS17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때 금감원이 제시한 '전진법'이 아닌 '소급법'을 적용하면서 불씨가 커졌다. 

아울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13일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상생협약식 종료 후 진행된 기자 백브리핑을 통해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시행 후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기평가 성과를 외부에 좋게 보이게 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회계적 이유로 혼란이 초래됨으로써 업계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하락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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