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23 13:44
(사진=의무경찰 SNS)
(사진=의무경찰 SNS)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나 태어나 이 강산에 의경이 되어/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개월/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데모 막다 돌 맞아서 병가가면 그만이지/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방석복에 실려간 ×같은 의경생활"

의무경찰(의경)들이 훈련 때 자조적으로 불렀던 '짜박가(歌)'의 일부다. 이 노래는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것으로, 짜박은 경찰을 얕잡아 부르는 '짜바리'와 크게 일이 복잡해지거나 잘못됐다는 속어인 '박터진다'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의경제도가 폐지되면서 사라졌던 이 노래가 다시 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흉악범죄 대응 방안과 관련,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경제도는 경찰청에 소속된 준군사조직으로, 1982년 전투경찰대 설치법 개정으로 작전전경과 의무경찰로 분리되며 탄생했다. 이후 2013년 전경이 폐지되며 전투경찰이 수행하던 임무도 모두 의경에게 넘어왔다. 자신이 원해 입대하며, 군사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방범순찰이나 집회관리 등 주어진 임무에 따라 경찰병력으로 복무했다. 군 복무를 대신해 '전환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던 것이다.

도입 당시만 해도 의경 규모는 막대했다. 가장 많았던 때는 의경만 3만5000명에 달했다. 전경 1만5000명까지 합하면 경찰조직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수립된 전·의경 감축과 경찰관기동대 신규 창설에 따라 꾸준히 감소해 2013년 전경 폐지 직전 전·의경 총원은 2만430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매년 20%씩 감축하여 모집하는 형태로 인원축소가 이어져 2018년에는 9624명을 선발했으며 2019년 8328명, 2020년 4118명, 2021년 2094명을 선발한 뒤 하반기부터 신규선발을 종료했고, 마지막 기수가 전역한 올해 5월 완전히 폐지됐다.

이런 의경제도 재도입이 거론된 것은 의경이 주로 치안업무를 담당해왔던 만큼 경찰력 확보와 함께 현장에서 치안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윤희근 경찰청장은 "14만 경찰이라고 하지만 길거리에 나가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명 내외로 판단하고 있다"며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의 의경을 순차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치안인력이 부족한 것은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의경제도 재도입을 통해 치안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 범죄 등의 예방을 위해서는 의경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 의경은 '움직이는 셉티드(CPTED·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요소이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치안에 도움이 된다. 의경이 거리에 나가 있으면 범법자들이 나쁜 짓을 하려다가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가시적 치안효과가 있는데 의경 재도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재도입을 위해서는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는 물론 관련법이나 시행령도 새로 제정해야 한다. 서둘러 이런 절차를 끝내야 한다. 국방도 중요하지만 치안이 무너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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