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28 12:01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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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기업이나 정부가 임직원의 복리증진 차원에서 매년 포인트를 지급해 임직원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포인트'라는 게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민간 기업 근로자)은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도 부과하는 반면, 다른 한쪽(공무원)은 실비변상 성격의 경비인 물건비 등으로 해석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부과를 모두 제외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문제가 표면 위로 분출되면서 형평성 논란과 함께 법적인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논란과 세금 분쟁은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기업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새 복지체계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사용처가 한정된 비임금성 복지, 1년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 양도 불가능, 근로와 무관하게 일괄 배정 등 복지포인트의 여러 특성을 임금으로 보지 않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판결이 나온 후 기업들은 "그동안 원천 징수해간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 청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근로 대가가 아닌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논리였다. 이에 국세청은 "세법에서 다루는 근로소득 범위는 더 넓고,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 (복지포인트처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한 근로조건 내용을 이루는 급여 역시 근로소득"이라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환급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가 한화손해사정이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복지포인트에 부과된 근로소득세 4700여만원을 환급해달라며 서울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하면서 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은 아니더라도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무원이나 공기업, 사기업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기에 복지포인트를 임금에는 산정하지 않는다 해도 근로소득이기에 과세하는 게 맞는다는 의미다.

이런 재판 결과가 공개되자, 민간 기업 임직원들은 공무원들에 대한 특혜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다.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포인트는 근로소득이 아니고 민간 기업 직원들만 근로소득이라는 해석은 조세 평등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월정 직책급, 특정업무경비 등과 함께 예산지침상 인건비가 아닌 복리후생비이자 물건비 등 특정 용도가 정해진 실비변상 성격의 경비로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복지증진 차원에서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공무원에게는 복리후생이고, 민간 기업 임직원들에게는 임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객관적일까. 이런 고무줄 잣대를 옳다고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민간 기업과 공무원에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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