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08 10:57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망향주유소에 설치된 '유록스' 요소수 셀프 주입기. (사진제공=롯데정밀화학)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망향주유소에 설치된 '유록스' 요소수 셀프 주입기. (사진제공=롯데정밀화학)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 정부가 자국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체 요소의 9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임에 분명하다. 비료값과 화물트럭과 같은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가격 급등은 물론, 지난 2021년 발생했던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농산물 생산비용이 증가해 고공행진을 거듭 중인 신선식품 물가관리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고, '제2의 요소수 대란'으로 물류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일부 비료 생산업체들이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달부터 요소 수출 계약 체결을 중단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는 재고가 감소하고 수출이 늘어나면서 자국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장저우 상품거래소에서 요소 선물 가격은 6월 중순부터 7월 말 사이 7주 동안 50% 급등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2일 요소 선물의 톤당 평균 가격은 649위안(약 30만원)에서 이달 1일에는 2356위안(약 43만원)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의 요소 수출량이 급감하면 세계 곳곳에서 요소와 요소수 등 관련 상품의 부족 현상이나 가격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요소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9.3%에 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 대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평소 10리터당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이 1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치솟았던 것을 사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운송업계는 물론 농민들도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그간 요소 비축을 늘렸고 2021년 당시 대체 수입선도 확보했기 때문에 그때와 같은 대혼란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면적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는 공식 조치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들었다"며 "현재 국내에서 두 달 정도 쓸 수 있는 물량의 요소가 비축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요수 품귀현상이나 가격 급등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 먼저 비료값이 상승하면 농산물 생산비용이 증가해 가뜩이나 급등한 신선식품 물가에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요소수 가격 상승이나 품귀도 물류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생활 유통 시장뿐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어떤 수를 써서라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수입선 대체 등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요소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사재기 등 매점매석을 비롯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아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요소와 같은 산업 필수품목에 대한 자급체제를 갖추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말로만 수입선 다변화와 자급체제 구축을 외쳐서는 요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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