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6.07.28 16:57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입석한 가운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해 합헌 의견이 선고됐다. <사진=YTN영상캡쳐>

[뉴스웍스=이소운기자]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28일부터 원안대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돼 백화점, 외식, 농축수산업 등은 물론 골프장, 호텔 등에 이르기까지 내수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이들 업종의 매출이 급감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관련된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위축 효과는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별로는 음식업 8조50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선물 1조9700억원의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식집 등 외식업계, "영업 불가능"

고급 한정식집의 경우 점심은 2만~5만원, 저녁은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집 10 곳 중 6곳이 운영난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정식집 등 고급 음식점들은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60년 전통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이 문을 닫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급 한정식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두명이 삼겹살에 소주 한병만 해도 3만원이 넘어간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불보듯 뻔해 폐업으로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선물 수요 급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명절선물세트도 대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절 선물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백화점의 경우 명절 선물세트 매출 가운데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가 안되다 보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번 추석 선물 대목을 앞두고 백화점들은 5만원 이하 저가 세트 물량을 종전보다 20~30% 늘리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 위축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참치캔이나 식용유 등 가공식품 세트, 비누 등 생활용품 세트는 5만원 이하 선물이 많아 백화점보다는 악영향이 덜하겠지만 마트 역시 정육, 굴비 등 고가 신선식품 선물 수요에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선물세트에서 한우, 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법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이 제외된다면 명절 매출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내놨다.

한우농가 등 농축산업계, "생존권 흔들릴것"

한우농가를 중심으로한 농수축산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해 농축산물 고급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놨더니 '김영란법'이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강력 비판했다.

한우의 경우 시중에 나온 한우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고, 식사도 1인분에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 시행 시 선물 수요만 2400억원,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게 한우업계의 목소리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5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를 만들면 박스비, 택배비 제외하고 300g이 들어간다”며 “현실적으로 이게 선물세트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정치권에서는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자는데 줄도산한 뒤에 보완하자는 건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굴비 판매업자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굴비 주산지인 전남 영광군에 따르면 영광 굴비는 연간 판매량의 70%가 명절 선물에 집중되고 주로 10만원짜리 상품이 가장 인기인데 김영란법에 따른 5만원 선물 한도에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삼 재배 농가들도 가격대가 비싼 인삼·홍삼 판매에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삼은 등급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다 5만원 한도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화 고려인삼연합회 관계자는 "인삼 선물세트는 6년근 열뿌리가 1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며 ”5만원 범위에서 선물 세트를 만든다면 분말이나 절편, 인삼차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경기침체에 접대 감소까지 엎친데 덮쳐 손실 악화"

이미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도산 위기에 놓은 골프장이 많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골프장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접대 양상이 저녁 술자리보다 골프로 옮아간 경우가 적지 않은 사정을 감안할때 서울 근교 골프장의 주말 라운딩이 한산해지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급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골프 접대는 주말 골프장 고객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소비층이 사라질 경우 비게 되는 시간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골프장의 손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그린피 인하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매출이 감소해 골프장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게 될경우 대규모 입회금 반환 움직임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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