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9.11 16:49

현대차, 13·14일 파업 예고...생산 차질 불가피
기아, 12일 대책위원회 열고 향후 투쟁 방침 결정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완성차 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현실적인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측 모두 추석 연휴 전에는 협상을 끝내겠단 입장이지만, 좀체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지난달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KG모빌리티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현재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14일 각각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던 노조는 업황 호조를 명분 삼아 강수를 두고 있다.

사측은 이번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8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기본급 인상 폭이 역대 최고 수준인 데다 성과급 총액은 2100만원이 넘지만 노조는 여전히 만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900% 상여금 지급 ▲만 64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사측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 7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강행, 2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지난 2016년, 2017년에는 총 파업으로 각각 14만2000대, 8만90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영업손실은 각각 3조1000억원, 1조8900만원에 달했다. 올해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연간 목표치 달성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사측이 차기 교섭에서 임금성 추가 제시, 정년 연장, 차별 철폐, 저출산 대책, 해고자 복직 등 남은 쟁점에 대한 사측 안을 제출하기로 한 만큼, 12일까지 교섭을 열어놓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시에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차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는 이달 14일에 열린다.

기아 노조도 파업권 확보 절차에 나섰다. 기아 노조는 지난 8일 조합원 82.5%의 파업 찬성 투표 결과를 기반으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사측과 9차 본교섭을 마친 후 협상 결렬 선언을 했다. 기아 노조는 오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 노조에 소속된 현대모비스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13일 1시간, 14일 7시간 부분 파업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쟁대위는 "사측의 일괄 제시가 없을시 현대차지부 중앙쟁대위 지침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용원(오른쪽) 대표와 선목래 노동조합 위원장이 2023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G모빌리티)
정용원(오른쪽) 대표와 선목래 노동조합 위원장이 2023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G모빌리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국지엠은 8월부터 임단협에 들어갔으나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원 지급 ▲차세대 전기차 생산 배정 ▲군산공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600만원 인상을 제시했다. 전기차 배정도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7월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결과 찬성표가 47.4%에 그쳐 부결됐다.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졌지만, 조합원 상당수가 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은 사측이) 수용 불가능한 내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 건은 산업 생태계도 무너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이미 사측은 노조에 최선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추석 전에 협상을 타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KG모빌리티는 올해까지 14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KG모빌리티는 17차 협상을 통해 ▲기본급 5만원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냈으며, 투표 참여조합원 2865명 중 56.57%(1621명) 찬성으로 2023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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