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14 12:25
SK일렉링크가 구축한 서리풀 EV급속충전스테이션. (사진제공=SK네트웍스)
SK일렉링크가 구축한 서리풀 EV급속충전스테이션. (사진제공=SK네트웍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주행거리불안증(range anxiety)'이라는 말이 있다. 전기차를 주행하면서 배터리가 방전될까 걱정하면서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뜻한다. 실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운행 중에 멈추지 않을까 하는 충전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감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지금도 이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충전 인프라도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공급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4만7000대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20만5000기에 그치고 있다. 이 중 급속 충전기는 2만1000기에 불과하고, 완속 충전기가 대부분(18만4000기)을 차지해 충전에 대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충전기 사업자들이 14일 전기차 충전기 공동이용(로밍) 협약을 맺고 여러 사업자의 전기차 충전기를 회원가입 한 번으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다음 달 초부터 86개 사업자가 운영하는 충전기 25만4600기를 회원가입 한 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협약 참여 사업자의 충전기는 전체 충전기의 99.8%를 차지한다. 사실상 협약에 참여하는 업체의 회원이라면 추가 절차가 필요 없어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 23곳(충전기 491기 운영)에 대해서도 참여를 독려해 모든 충전소를 공동으로 이용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번 협약은 환영할 만하다. 가뜩이나 충전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 사업자의 충전기를 전국 어디에서나 쓰게 되면 자신이 회원으로 가입한 충전소를 찾아다니느라 허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대대적인 충전 인프라 확충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누적) 보급' 목표에 맞춰 충전기를 123만기 이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유형별로는 현재 2만1000기인 급속충전기는 2030년까지 14만5000기로 늘리고, 18만4000기인 완속충전기는 108만5000기까지 추가한다. 거점별로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국도변 주유소 등 '이동거점'에는 급속충전기를, 주거지역 등 '생활거점'에는 완속충전기를 집중적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관련 업계와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소기업 영역이었던 전기차 충전시장에 SK·현대차·LG·GS·롯데 등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지자체도 콘센트형 충전기 보급에 본격 나서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자차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탄소중심의 내연자동차가 끼치는 기후변화와 환경적 해악이 너무 커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류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기차 활성화는 모든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려면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다만 단순히 충전기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충전산업 및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이 있어야만 전기차 시대를 한층 앞당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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