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21 11:49
(사진·일러스트 제공=픽사베이)
(사진·일러스트 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올해 들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이었다. 이는 작년 동기(652건) 대비 54% 급증한 수치이고, 지난해 연간 건수(1004건)보다도 많은 것이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회복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미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1069건)에 육박했고, 특히 월별 평균 60~70건이었던 파산 신청이 7월(146건)과 8월(164건)에는 연속해서 두 배 이상 많아지며 월별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렇게 된 데는 코로나로 업황이 나빠진 데다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및 내수 부진,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라는 복합위기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져 기업들의 대출상환능력마저 약화되고 있어 법인파산을 선택하는 법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0.37%)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2%로 같은 기간 0.01%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대출은 0.06%포인트 오른 0.49%였다. 변제 능력이 없는데 경기 전망도 암울해 '빚을 갚느니 차라리 문을 닫겠다'는 법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본격화할 경우 가계는 물론 다른 기업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 과거 경제위기의 경우를 돌아보면 우리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이 겹치는 시기에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기업부터 무너지면서 내수경기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법인파산은 법인이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 또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초과 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의 힘을 빌려 회사를 정리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불황이거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회생 가능성이 낮을 때 파산 신청이 늘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파산 신청이 더 많다는 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신호다. 파산신청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 당국과 금융사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서 기업별로 꼼꼼하게 부채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하지만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우량 기업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살려내야 한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걸림돌을 풀어주고 한발이라도 더 뛰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무너지면 민생도, 일자리로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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