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23 00:01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속히 늘었던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기차 저변이 확대됐다고 판단한 주요 국가들이 구매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한 탓이 크다. 이에 전기차 시장이 보릿고개를 맞았다는 우울한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3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15.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1.2%로 급감했다. 올 하반기에도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년 연속 둔화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런 모습은 각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주도로 전기차 보급을 늘린 중국이 올해부터 보조금을 폐지했고, 노르웨이·스웨덴·독일 등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 국가들도 잇달아 보조금을 없애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국고 기준)을 2020년 820만원에서 올해는 680만원으로 줄였다. 이마저도 차량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이어야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8500만원 미만의 경우도 보조금을 주긴 하지만 차량가격이 5700만원을 넘어서면 절반만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차 판매량이 이전 보다 크게 줄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전기승용차 총 1만3688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출고된 차가 5258대로 38%에 그쳤다. 8054대에 보조금 지급을 계획한 인천도 31%(2524대)만 출고됐고, 대전의 경우도 21%(6068대 계획·1269대 출고)에 불과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보조금이 고갈돼 받기 어려운 통상의 상황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자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최근 전기차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이 저조하다"며 "보조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보조금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조금 대상은 유지하되, 한시적으로 액수를 늘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조금 확대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보조금 예산을 활용해 연내 한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대상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예산으로 액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 확대 카드를 꺼낸 것은 아직 전기차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 둔화를 해결하려면 보조금 확대만이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처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내연자동차보다 비싼 가격, 충전인프라 부족, 안전성 문제 등으로 전기차 구매에 소비자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줄어들면 전기차 구매를 더욱 꺼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기차 저변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당분간은 전기차 경쟁력의 큰 부분이 보조금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전기차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폭제가 필요하고, 그 중심에는 보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