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25 00:01
수술실 내부. (사진제공=픽사베이)
수술실 내부.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25일)부터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 당분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개정 의료법은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위반 의료기관을 상대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CCTV는 고화질(HD) 이상의 성능이어야 하고,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화면에 나오도록 설치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환자와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할 수 있도록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수술이 지체되면 위험한 응급수술이나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거나 전공의 수련목적 저해 등의 사유가 있을 시엔 의료기관이 거절할 수 있다. 거부 사유를 기록한 문서는 3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열람·제공 요청을 받은 경우엔 30일이 지나더라도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영상 요청 예정을 목적으로 30일 이내로 보관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요청할 수 있다.

영상 열람과 제공은 수사나 재판을 위해 관계기관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요청할 때,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영상 열람은 의료기관에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의료기관은 10일 이내에 열람 방법을 통지·실시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영상을 임의로 제공하거나 누출·변조·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임의로 촬영한 경우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2021년 9월 24일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것으로,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연구용역과 관계단체 협의체 논의를 통해 마련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법안을 줄곧 반대해 왔다. CCTV가 운영되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붕괴, 직업 수행 자유 및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할 뿐 아니라 의료진이 위축돼 방어적으로 수술하면 의료 소비자도 손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자신이 일하는 모습이 CCTV로 녹화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의료계의 주장대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법을 반대할 명분이 되어선 안 된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대리 수술, 성범죄, 불법의료행위 등 의사와 병원들의 불법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 법안이 공론화될 당시 국민의 80%가 '환자 인권 보호와 의료사고 방지'를 이유로 CCTV 의무화에 찬성했을까를 곱씹어 봐야 한다. 환자의 신뢰가 있어야 의사의 권위도 있다. 떳떳하다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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