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05 11:22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계획.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계획.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여서 분명 임팩트 있는 미래비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지켜 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가 꼽은 12대 전략기술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이라는 점에서 핵심을 잘 짚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 기술이 체계적으로 육성되면 2027년까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디지털 경쟁력 지수' 세계 3위를 달성하고, 선도국 대비 기술 수준이 90% 이상인 전략 기술 분야를 8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과기정통부의 당찬 포부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봤다.

지난 3월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에서도 내년 관계부처의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 지침으로 활용되는 국가 R&D 중점 투자 방향을 12대 전략기술 투자 확대 등으로 설정해 12대 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계획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2대 전략기술 관련 R&D 예산이 대거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R&D 사업 198개의 내년도 정부 예산이 5148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해 예산(6322억원)에 비해 1174억원(18.6%) 감소한 수치이고, 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나서기 전인 2022년(5232억원)에 비해서도 84억원(1.6%)이나 줄어든 것이다.

전략기술 종류별로는 첨단로봇이 289억원으로 34.3%(150억원)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이차전지 28.5%(134억원), 인공지능(AI) 28.2%(268억원), 첨단모빌리티 26.9%(19억원)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다만 차세대원자력 분야는 12대 기술 중 유일하게 2.1%(9400만원) 늘어 눈길을 끌었다.

198개 사업 중 삭감액이 가장 많은 사업은 54억4400만이 줄어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국가지능화 융합기술 개발로 혁신성장 동인 마련' 사업이었고,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과학·공학 및 산업·공공분야 초고성능 컴퓨팅 기반 구축' 사업 예산도 42억원이나 삭감됐다.

어찌된 영문일까.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긴축예산 편성으로 인한 전반적인 R&D 예산 삭감 기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선언한지 채 1년도 안 돼 국가전략기술 연구비를 두 자릿수(18.6%)나 삭감한 것을 이해할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차세대 성장 동력,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을 위해서는 더 늘려도 부족할 판인데 줄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물론 국회도 예산심의과정에서 국가전략기술 연구비는 증액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성장 엔진 회복이 요원하고,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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