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11 11:31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가 오늘(1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필수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해 진료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검사나 일부 진료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이날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공식화했다. 노조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어린이병원 병상수 축소 금지 등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용자 측이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 정부 핑계를 대며 불성실 교섭을 했고, 정부는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맡아야 할 환자가 5명에 달한다"며 "중환자실 간호사 1명당 환자 2명의 비율이 될 수 있도록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들어간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분회 역시 간호사 1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가 10명에 달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간호사와 환자 수 비율이 1대 6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간호사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7년째 동결되다 보니 병원에선 의사가 부족하고 기피 진료과의 경우는 전공의마저 없어 결국 간호사에게 업무가 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2년 새 퇴직한 국립대병원 간호사 10명 중 6명가량은 입사 만 2년이 채 못 돼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 15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립대병원에서 퇴사한 간호사는 총 4638명이고, 이 가운데 입사 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간호사는 2736명으로 전체 퇴사자의 59.0%였다. 퇴사한 비율을 병원별로 보면 부산대병원 본원과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이 각각 74.2%로 가장 높았고, 경북대병원 본원(70.8%)도 퇴사 비율이 높았다.

간호사 퇴직이 이어지는 것은 인력 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립대병원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매년 간호사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승인 규모는 조금씩 하락하면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공공운수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의 일종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건강 등 국민 삶과 직결된 필수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의 무거운 책무를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며 "노사법치를 부정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나 정부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지켜야 하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나 정부도 노조의 주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일단 노조와 만나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예산수반 등 당장 어려운 일이라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대화로 못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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