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14 00:01
경찰 순찰차가 야간 교통안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사진=경찰청 페이스북)
경찰 순찰차가 야간 교통안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사진=경찰청 페이스북)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 A씨는 지방 국도를 달리다가 반대 방향에서 오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을 바라 본 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자신의 눈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하고 다음 날 안과를 찾았지만 눈에는 큰 이상이 없고, 불법으로 개조된 반대편 자동차의 전조등 때문에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찾아 온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B씨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앞선 차량이 밟고 지나간 판스프링이 날아와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아찔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16일부터 한 달간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 자동차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등화장치(HID 전조등, 경고등 등)와 소음기 장착 등의 불법 튜닝, 무등록(미신고) 차량, 번호판 미부착, 화물차 적재함 판스프링 설치, 속도제한장치 무단 해제 등이 단속 대상이다.

정부가 불법 차량 집중 단속에 나서는 것은 불법 자동차 적발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도로 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화물차의 불법 판스프링 적발 건수가 지난 2년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불법 판스프링 단속 건수는 1420건으로 지난해 동기(1133건)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465건)에 비해서는 3배 이상으로 늘은 것이다.

판스프링은 바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화물차 차체 밑에 붙이는 철판이지만, 짐을 더 싣기 위한 용도로 적재함 옆에 끼워 보조 지지대로 개조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도로 위로 떨어지면서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 사고 발생 시 피해·낙하 차량을 찾기 어려워 특히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차량 헤드램프를 LED나 HID 형광램프로 변경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일반 전조등보다 28배나 밝은 불법 HID 전조등을 한번이라도 받게 되면 시속 80km를 달린다고 가정할 때에 약 4초 동안 눈을 감고 대략 72m를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한 눈에 쏘이면 마치 햇빛을 한번 쳐다보는 것과 같이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시각장애우가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이런 차량들이 도로에서 버젓이 운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현행법상 불법 구조 변경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안전기준 위반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임시검사 명령이 내려진다. 그럼에도 불법이 판치고 있다는 것은 법은 살아 있으나 현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자기 기호나 편의 때문에 안전이 무시되고 다른 사람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철저한 단속과 엄한 처벌을 통해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 단속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단속도 차량뿐 아니라 불법을 능사로 삼는 구조변경 업체까지 확대해야 한다. 불법 개조업체를 단속하지 않고 차량만 단속하다가는 결코 불법 사례가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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