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16 11:35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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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4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다중채무자는 금융당국 등이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금융계층으로 간주하고 집중 감시·관리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8.6%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더 많은 상황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78만명,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 1분기와 비교하면 차주 수와 대출 잔액이 각 1만명, 4000억원 더 늘어난 수치다. 다만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3개월 사이 9334만원에서 9332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불리는 다중채무자 규모나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고, 원리금 부담 수준을 알려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48만명으로 1분기보다 2만명 늘었고,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22.6%)도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22.1%)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0.5%포인트 높아진 것이고, 대출자 4~5명 중 한 명꼴로 다중채무자라는 얘기다. 또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각 572조4000억원, 1억2785만원으로 추산됐고, 평균 DSR은 61.5%에 달해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태다. 특히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더 많은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6%(171만명)나 차지해 생계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한은도 올 연말까지는 긴축 고삐를 계속 조인다는 방침이어서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1년 동안 총 6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2.25%로 올리면서 예금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6월 말 현재 4.23%(신규 취급액 기준)로 9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감당 못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다중채무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위험 신호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가계이자 증가와 원금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한순간에 폭탄처럼 터질 수 있어서다. 다중채무자가 가계부채 폭탄을 터트리는 뇌관이 될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중채무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위험 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고 채무 재조정 등 도움이 필요한 가계를 잘 가려내 이들을 돕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금융권도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감면 등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고금리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탄이 터질 시간이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피하려면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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