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17 11:4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행부가 지난 7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총파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행부가 지난 7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총파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17일 공포·시행됐다. 이에 따라 새로 추가된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할 경우 경찰이 교통 소통을 이유로 이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민단체 등이 "집회자유 탄압하는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 시행령은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불허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를 추가했다. 반면 최근 5년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제외했다. 주요 도로의 내용을 바꾼 시행령 개정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주거지역이나 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인근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했다. 해당 지역에서 열린 집회·시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최고 소음기준 위반 횟수를 1시간 동안 3번 이상에 2번 이상으로, 평균 소음 측정 시간은 10분에서 5분으로 변경했다.

이런 시행령 개정은 지금도 도심과 대로 등의 경우 집회·시위에 제한을 가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집회 단골 장소로 이용되는데다 도로 전체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민폐 시위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또 현행 소음 기준은 주간(오전 7시부터 해 지기 전) 주거지역 등에서 10분간 평균 등가소음이 65dB(최고소음도 85dB) 이하이지만 등가소음도가 75dB을 넘기기 일쑤고, 최고소음도가 100~130dB인 경우도 다반사인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반기고 있다.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법 테두리 벗어나 타인의 기본권이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강성 사회단체를 등에 업은 거대 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집회 금지 재량권을 갖는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결정할 자유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주요 관공서에 대한 국민 항의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무엇보다 집회·시위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내 권리만 권리'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교통을 방해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것까지 참아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월권이다.

툭하면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점거하고, 소음 기준을 넘기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도로 점거 시에는 체포되기도 하고 확성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도 이의 일환이다. 시행령 개정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이를 엄정히 적용해 위반 시 반드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법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관련법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평화적·상식적 집회 문화 정착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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