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0.18 12:00

KAI 시뮬레이션 존 관람객 몰려…LIG넥스원, '보라매의 발톱' 장거리 순항 유도탄 전시
한화, '육·해·공·우주' 방위 역량 과시…현대로템, 30톤 차륜형장갑차 실물 세계 첫 공개

서울 ADEX 2023 야외 전시장에 길게 늘어선 수송기와 전투기들. (사진=정민서 기자)
서울 ADEX 2023 야외 전시장에 길게 늘어선 수송기와 전투기들. (사진=정민서 기자)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한국 방위산업 주역들이 지난 17일부터 엿새 동안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모두 모였다.  

국내외 방산 관계자 등 전문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개막 첫날, 기자가 찾은 서울 ADEX 2023 현장에서는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입장하는데에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다.

17일 'ADEX 2023'을 방문한 많은 관람객이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17일 'ADEX 2023'을 방문한 많은 관람객이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뙤약볕에 눈을 찡그리며 대기하던 관람객들은 입장과 동시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시 부스를 돌아보던 한 관람객에게 관람 소감을 묻자 "한 공간에서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와 신규 30톤급 차륜형 장갑차, 안티드론 시스템 등 전력화를 추진 중인 무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외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현재 전력화된 무기 외에도 개발 진행 단계인 무기들이 대거 공개된 점도 한몫했다.

국내 주요 기업 부스로 구성된 전시관 A홀에 들어서자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들의 대규모 전시 공간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그룹, LIG넥스원, 현대로템이 그 주인공이다.

'ADEX 2023' KAI 전시관. (사진=정민서 기자)
'ADEX 2023' KAI 전시관. (사진=정민서 기자)

◆KAI, 과거·현재·미래가 한 곳에…KF-21과 FA-50 체험까지

KAI는 이번 아덱스에서 KAI가 걸어온 도전의 역사와 미래전장 환경변화에 따른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 속에서 활약할 미래 신기술 제품군을 선보였다.

KAI 전시장은 ▲유·무인 체계들이 초연결되는 미래 공중전투체계 개념을 제시한 유무인복합 존 ▲차세대 모빌리티들이 전시된 미래형 항공기체(AAV)/무인기 존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KF-21·FA-50 조종체험이 가능한 IPS/시뮬레이션 존 ▲다양한 위성과 누리호 모형에 이어 최초 공개하는 위성영상 분석 플랫폼이 자리 잡은 우주 존 ▲KF-21·FA-50·MC-X 등 모형이 전시된 고정익 존 ▲수리온 기반 파생형과 육군의 항공 전력을 강화할 무기가 소개되는 회전익 존 ▲국내 항공우주 역사를 압축한 레거시(LEGACY) 존 등 총 7가지 존으로 구성됐다.

7가지 존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붐볐던 곳은 단연 시뮬레이션 존이었다. 장비들을 전술과 연동해 4대가 함께 전술을 도전하거나 꼬리잡기 교전(상대 전투기 꼬리를 잡아 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했다.  

기자가 직접 FA-50 시뮬레이터를 체험해 본 결과, 실제 비행이 아님에도 스틱을 조정하는데 상당한 섬세함이 필요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화면 또한 실제 지형정보와 위성정보를 합쳐 구사해 실제 비행 장면을 보는 듯 사실적이었다.

꽤 높은 난이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니, 옆에서는 행사를 찾은 공군이 KF-21 VR고글을 착용한 채 KF-21 조종 체험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실제 비행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를 묻자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비행과 비교하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비행 시 조정 스틱을 이용하는데 이걸 내가 조정하는 만큼 움직이고 하는 부분이 좀 더 발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기종(KF-21)을 처음 받았을 때 기종에 대한 숙달이라든지 아니면 기지별로 지형적인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국지적인 특성을 숙달하는 데 되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VR 화질이 상당히 좋고 시선을 돌리는 대로 화면이 따라와 지형을 보고 비행할 수 있어 좋았다"고 부연했다.

KAI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꼬리잡기 교전이 가능한 FA-50, 레벨 D등급의 FA-50 CPT, VR기술을 접목한 KF-21 체험 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KAI)
KAI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꼬리잡기 교전이 가능한 FA-50, 레벨 D등급의 FA-50 CPT, VR기술을 접목한 KF-21 체험 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KAI)

나호진 KAI M&S개발3팀 책임연구원은 이번 체험 부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VR장비를 꼽았다. 나 연구원은 "기존 납품 시뮬레이터는 돔에 화면을 쏴서 보는 식인데, VR을 활용하면 돔이 필요 없어져 비용적인 부분과 공간 활용에 있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군들이 이 장치들을 활용해 훈련하느냐는 질문에는 "개발 진행 중인 장비를 전시회에 가지고 온 것이지만, KF-21은 이번에 납품될 때 저 장비가 실제 납품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완제품은 오는 2026년 6월에 납품될 예정이어서 남은 시간 동안 완성도를 높여 개발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VR장비는 실제 항공기와 유사하지만 실제 항공기를 탄 것처럼 대체해 주지는 않는다"며 "FA-50 조종석절차훈련장비(CPT)의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의 시뮬레이터라 탑승 시 실제 비행기를 탄 것과 똑같은 시간을 인정해 준다"고 덧붙였다.

ADEX 2023에 마련된 한화 통합부스. (사진=정민서 기자)
ADEX 2023에 마련된 한화 통합부스. (사진=정민서 기자)

◆역대 최대 규모한화, '육·해·공·우주' 통합 방위 역량 선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우주·방산 계열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40㎡의 통합부스를 운영하며 '육·해·공·우주'의 통합 방위 역량을 선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DEX 2023에서 공개한 KF-21의 심장 'F414 엔진'. (사진=정민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DEX 2023에서 공개한 KF-21의 심장 'F414 엔진'. (사진=정민서 기자)

한국 최초의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한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인 다누리호의 추력기, 소형무장헬기(LAH) 엔진과 함께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적용한 F414 엔진 등이 전시됐다.

특히 지난 7월에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우선협상대상이 된 전투형보병장갑차(IFV)인 레드백 실물도 볼 수 있었다. 한화오션은 최신예 디젤-전기추진 중형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II를 선보여 해외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화 통합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레드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한화 통합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레드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지난해 폴란드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다연장로켓인 '천무'에 적용되는 80~290㎞까지 다양한 사거리의 유도탄도 전시됐다.

한화 관계자는 "천무는 포탄에 날개를 달아 유도탄으로 활용한다"며 "사거리 80㎞의 쇼트레인지는 모듈(6발) 2개가 들어가 총 12발, 사거리 160㎞의 미드레인지는 모듈(2발) 2개가 들어가 총 4발, 사거리 290㎞의 롱레인지는 모듈(1발) 1개가 들어가 총 2발 사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 부스 전경. 왼쪽부터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 장거리공대지유도탄(KALCM)과 FA-50 AESA 레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LIG넥스원 부스 전경. 왼쪽부터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 장거리공대지유도탄(KALCM)과 FA-50 AESA 레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LIG넥스원공중 공격 막는 천궁II·신궁·장사정포 요격 체계 전시

LIG넥스원은 이번 전시에서 '스마터·투게더'를 슬로건으로 ▲항공탑재 무기체계 및 레이다·국산 전투기 탑재체계 ▲대공방어체계 ▲우주 위성 분야 ▲드론·대드론통합체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의 최신 기술력을 소개했다.

이 중 항공탑재 무기체계 및 레이다 또는 국산 전투기 탑재체계 분야에는 장거리공대지유도탄(KALCM)과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 FA-50 에이사 레이다 등은 LIG넥스원의 대표적인 첨단 제품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KALCM은 KF-21에 장착되는 최초의 장거리 순항 유도탄"이라며 "수백㎞ 떨어진 핵심 표적을 정밀공격할 수 있어 일명 '보라매의 발톱'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 목표에 대한 원거리 정밀타격 체계를 국산화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IG넥스원의 대공 정밀유도무기.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II,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제공=LIG넥스원)
LIG넥스원의 대공 정밀유도무기.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II,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제공=LIG넥스원)

전시관에서 다층대공방어를 책임질 정밀 유도무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항공기와 탄도탄 등 공중으로 침투해 오는 다양한 적 위협에 대응하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인 '천궁II'와 저고도 침투 공중 위협에 대응할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적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핵심적인 국가·군사 중요시설 및 인원을 방호하는 무기체계인 '장사정포요격체계' 등이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한 관람객은 "'K아이언 돔 명가'답게 천궁, 신궁부터 대드론통합체계까지 공중을 방어하는 무기 체계가 다양하게 전시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ADEX 2023에서 첫 공개한 30톤급 차륜형장갑차 실물. (사진=정민서 기자)
현대로템이 ADEX 2023에서 첫 공개한 30톤급 차륜형장갑차 실물. (사진=정민서 기자)

◆현대로템 '30톤급 차륜형장갑차' 실물 첫 공개…차세대 전차 VR 체험도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회에서 신규 30톤급 차륜형장갑차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람 키 높이의 타이어를 장착한 30톤급 차륜형장갑차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방호력 증강에 중심을 두고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모델로 중구경 및 대구경 포탑 등 다양한 임무 장비를 장착할 수 있으며 수상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이 육성 중인 미래무인체계 기술의 민간 활용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 일환으로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와 협업으로 개발한 상용 무인 콘셉트카 '유팟(U-POD)'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외에도 현대로템은 기존 주력 제품인 K2 전차의 수출형 모델들을 전시하며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 대표적으로 능동파괴장치, 원격무장장치(RCWS) 등 다양한 장비와 최신 전장품을 추가한 성능개량 콘셉트 모델 'K2EX(K2 EXport)'가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로템 부스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군용 개발 중인 사족보행 로봇이 관람객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현대로템 부스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군용 개발 중인 사족보행 로봇이 관람객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정지된 상태로 전시된 무기들 사이에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는 전시품이 눈에 띄었다. 바로 현대로템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군용 개발 중인 사족보행 로봇이다. 걷다 멈춰 사람과 눈을 맞추고 꾸벅이며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에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시관 입구 쪽에는 차세대 전차에 가상으로 탑승해 볼 수 있는 AR·VR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결과, 차세대 전차의 내부를 둘러보고 재연된 교전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차에 탑승했을 때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체험"이라며 "관람객들이 흥미를 갖고 차세대 전차를 만나볼 수 있도록 부스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현대로템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차세대 전차에 가상으로 탑승해 볼 수 있는 AR·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현대로템 전시관에서 한 관람객이 차세대 전차에 가상으로 탑승해 볼 수 있는 AR·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진행되는 서울 ADEX 2023은 이달 22일까지 열린다. 20일까지 전문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전문 관람일로 진행되며, 주말인 21~22일은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된다.

이번 주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한 ADEX 2023에 방문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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