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6 14:04
2021년 10월 서울 ADEX 2021에서 곡예비행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홈페이지 캡처)
2021년 10월 서울 ADEX 2021에서 곡예비행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산업구조 고도화 속에 자동차, 전자, IT, 배터리, 인공위성, 신재생에너지, 가전제품, 화물 등을 다루는 글로벌 전시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자랑하지만 전시산업 경쟁력은 24위 수준(면적 기준)에 그친다. 전시회는 행사 성격에 부합하는 상품들을 국내외 고객에게 소개하고 상담 기회를 제공하며 구매 계약까지 발표하는 종합마케팅 공간이다. 관광산업보다 수익성이 높아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다.

대체로 실내공간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달리 에어쇼는 지상에 항공기 실물이 주기되고 상공에선 곡예비행이란 멋진 눈요기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대중적 인기가 매우 높다. 17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 2023)를 찾아가면 한국이 개발한 초음속전투기인 KF-21을 비롯해 F-35A, F-35B는 물론 미군이 해외기지에서 운용하는 현존 세계 최강 전투기 F-22 랩터와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FA-18G 슈퍼 호넷도 볼 수 있다. 총 항공기 47종에 총 55대가 전시된다.

행사 기간 중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제작한 KF-21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시범비행한다. 미 공군의 F-22 랩터도 굉음과 함께 날아오른다. 17일에는 개막식 행사(오전 10~12시) 중 1회, 18~20일에는 점심시간 중 1회, 21~22일에는 오전과 오후 1회씩 시범비행이 예정돼 있다. 비가 오는 등 기상이 나쁘면 취소될 수 있다. 일일비행일정 안내는 당일 오전 서울 ADEX 2023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시험비행 중인 KF-21 5호기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시험비행 중인 KF-21 5호기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야외전시장 등에서 K2 전차를 비롯해 K9A1 자주곡사포, K10 탄약운반차, 비호복합, 한국형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KSAM) 등도 구경할 수 있다. 미군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해외기지에 전개 중인 핵심 항공자산과 함께 주한미군의 지상장비를 처음으로 서울 ADEX 2023에 투입하는 것도 관심을 끈다. 총 40종의 지상장비 40대가 전시된다. 

실내에선 항공기, 우주기기,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지상장비의 실물 및 모형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년 2월부터 시험비행에 나설 ‘버터플라이’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독립법인인 ‘슈퍼날’이 개발한 미래형 도시 간 이동교통체계 모형도 선보인다.

서울 ADEX 2023는 13회 당시보다 참가기업이 늘어나고 전시면적도 커졌다.. (자료제공=한국우주산업진흥협회)
서울 ADEX 2023는 13회 당시보다 참가기업이 늘어나고 전시면적도 커졌다.. (자료제공=한국우주산업진흥협회)

1996년 서울에어쇼로 출발한 서울 ADEX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KOTRA와 함께 공동으로 주최·주관한다.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산분야 전문 종합 무역전시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커지고 있는 종합방산 전시회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K-방산 수출이 늘어난 데다 우주산업과 AAM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서울 ADEX 2023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4개국 550개 업체가 참가한다. 2년 전 코로나19 속에서도 순조롭게 진행됐던 서울 ADEX 2021에 28개국 440개사가 참여했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참여 희망업체가 몰리면서 실내전시관 규모는 24.6%, 야외전시장 면적도 17% 늘어났다.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17일 개막일에는 한국 공군 ‘블랙 이글’과 민간 초청 곡예비행팀의 축하비행과 시범비행, 곡예비행, 고공낙하 등이 실시된다. 20일까지 운영되는 비즈니스 데이 기간 중 55개국 114명의 해외 군대표단을 대상으로 국내외 방산기업의 무기체계 마케팅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게 된다. 청소년들의 우주와 항공에 대한 꿈을 키우고 국가안보와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해 20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Student Day‘를 열고 특강과 체험활동, 진로상담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행사기간 중 열리는 세미나와 심포지엄 중에서 ▲17일 슈퍼날 주관의 AAM 미디어 포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의 방위산업 수출전략 세미나 ▲18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주관의 항공기 개조산업 육성 세미나, 항우협 주관의 항공기 기체구조물 기술교류 심포지엄 ▲19일 한국국방기술학회 주관의 무기체계 해외 구매사업의 현황과 제도발전방안, 한국방위산업학회·공군본부 주관의 제2회 우주미사일방어 전략포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주관의 수소연료전지 장착 항공기 인증연구 세미나 ▲20일 한국항공우주기술연구조합 주관의 미래 항공 소재·부품장비 수요공급기업 포럼 등의 참석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과 22일은 일반관람 일이다. 군악대와 의장대 등의 시범행사가 열린다. 16일 기준 예보로는 토요일과 일요일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넓디넓은 서울공항에서 각종 행사를 경험하고 숱한 전시품도 둘러보면서 향후 시대변화를 이끌어갈 신기술 현장을 확인해보자. 지난 국군의날 시범행진에서 드러났던 우리 국군의 늠름한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국내 방산기업이 만들어 낸 첨단 무기체계를 살피면서 안보의식을 높이는 것은 '덤'이다. 장시간 걷기에 편리한 신발을 신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방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21년 10월 성남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21 행사장 전경.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홈페이지 캡처)
2021년 10월 성남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21 행사장 전경.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홈페이지 캡처)

정부와 항우협은 세계 최대의 에어쇼인 파리에어쇼,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이어 서울 ADEX를 세계 3대 에어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두바이,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앞서가야 한다. 민관이 협력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프랑스가 1909년  파리 북쪽 도시 랭스 외곽에서 항공기의 성능을 비교하고 조종사의 비행실력을 경쟁했던 에어쇼를 성공적으로 열자 러시아는 1911년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에어쇼를 개최했다. 매년 공군의 날(5월 24일)마다 모스크바 투시노 공항에서 에어쇼를 개최하며 신형 전투기나 폭격기를 알렸다. 구 소련 해체 이후 1992년부터는 민수용 및 군용항공기 완제기는 물론 장비, 부품을 전시하고 시범비행하는 서방의 에어쇼와 같은 형태로 바꾸면서 명칭도 국제항공우주전시회(MAKS)를 변경했다. 격년제로 홀수연도마다 개최해왔다. 2019년 전시회엔 827개 기업이 참여하고 관람객은 58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전시회를 열어야 하는데 지난 7월 돌연 개최를 취소했다. 부스 임차료를 내고 들어올 서방 방산기업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에어쇼 안에 위치한 한화 통합 전시관. (사진제공=한화시스템)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에어쇼 안에 위치한 한화 통합 전시관. (사진제공=한화시스템)

중국 광동성 주하이에서 매년 짝수년마다 개최되는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의 미래도 러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1996년 주하이 에어쇼로 출발한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 2022년 행사에는 43개국에 740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 분위기 속에 내년 행사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1981년 영국계 자본과 싱가포르 정부투자기관이 합작해 '아시안에어로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에어쇼를 처음 개최했다. 이후 급성장을 거듭, 2004년 행사에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큰 에어쇼라고 스스로 떠벌렸고 2006년 대회에는 43개국 940개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영국 자본이 빠져나간 뒤 열린 2008년부터는 성장세가 약해졌지만 환적화물 세계 1위이라는 입지조건을 무기로 2022년 대회에선 성공을 거두었다. 짝수 연도에 열리는 싱가포르와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하다.

독일이 1990년 통일로 인한 막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유럽에서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전시산업의 기여도 적지 않다. 자동차, 제약, 화학, 철강, 에너지 등과 함께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KOTRA에 따르면 매년 160~180개 열리는 국제전시회에 18만개 업체가 참여하고 방문객은 1000만명에 달한다. 매년 전시회를 통한 직접 수익은 약 145억유로, 거시 경제적 생산효과는 280억유로에 이른다. B2B 부문 무역전시회에서 5만8000개의 전시전문업체가 활동하면서 10만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UAM 기체 '버터플라이' 모형. (사진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UAM 기체 '버터플라이' 모형. (사진제공=한화시스템)

한국이 전시산업을 키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 ADEX 2023이 민간과 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나 관련 기술을 공유하면서 전시기업들이 수주와 연결되는 실적을 쌓을 수 있는 행사로 확고히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진행으로 올해에도 성공을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에는 더욱 규모를 키우고 내실도 다져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방산전시회로 발전한다면 한국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이란 목표 달성도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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