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20 11:57
20일 오전 9시 5분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하회한 2380.73을 나타내며 하락 출발하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스1)
20일 오전 9시 5분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하회한 2380.73을 나타내며 하락 출발하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코스피 지수가 미국발 금리 충격에 '긴축 발작' 증세를 보이며 2400선이 무너졌다. 20일 오전 10시 1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4%(49.36포인트) 내린 2366.44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매파적 입장을 재확인한 데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001%를 기록, 16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악재가 이어진 것이 직격탄이 됐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미국발 고금리 시대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걱정이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지속하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하게 된다. 여기에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와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우리도 금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에 찬물을 끼얹고, 가계·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 탓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1월 3.25%에서 3.50%로 인상한 뒤 지금까지 동결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동결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환보유액마저 줄어들게 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외환보유액에서 458억달러를 꺼내 환율방어에 사용한 데 이어 올해도 6월 말까지 80억달러의 외환을 환율방어를 위해 소진했다. 이는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액(24억달러)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금리동결 기조로 인한 더욱 큰 문제는 가계부채를 위험수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로 올렸던 작년엔 개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7조8000억원 줄었지만, 올 들어 금리가 계속 동결되자 다시 부채가 늘어나면서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부채 증가와 함께 연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액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7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인플레이션 111건을 분석한 결과 이번에도 단기간에 물가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의 위기는 미국의 긴축 정책에 타격을 입은 금융부문이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키는 경로를 통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먼저 자본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취약 고리가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관리해야 한다. 기존의 금리정책이 적절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고금리 장기화를 염두에 둔 기업구조조정, 규제 혁파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만 얽힌 실타래가 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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