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24 12:08
분당 서현역 AK플라자에 칼부림으로 인한 부상자들이 쓰러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분당 서현역 AK플라자에 칼부림으로 인한 부상자들이 쓰러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지난 8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등 한국의 '묻지마 범죄'를 언급하며 "치안 수준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런 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논평가들이 "한국이 아시아의 미국이 됐다"며 강력범죄율이 높은 미국에 견주기도 한다면서 한국 치안에 대한 심각성을 짚었다.

최근 들어 BBC와 같은 해외 매체들의 부정적인 보도를 포함해 각종 조사에서도 한국의 안전도와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최근 발표한 '안전한(평화로운) 나라' 순위에서 한국이 163개국 가운데 43위를 기록했고, 앞서 BBC가 지난 4월 여성 혼자 안전하게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꼽은 조사에서도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제 우리 국민들이 강도·살인·성폭력 등 범죄와 관련해 체감하는 안전도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2022년 국민 체감안전도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범죄 체감안전도는 83점으로 전년보다 0.4점 하락했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여성 상대 범죄 81.4점(0.3점 하락), 절도·폭력 82.9점(0.1점 하락), 강도·살인 84.6점(0.6점 하락) 등 범죄 관련 전 분야에서 체감안전도가 낮아졌다.

성별로는 여성이 느끼는 범죄안전도가 81.4점으로 남성(84.5점)보다 낮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80.8점으로 최저였고, 60대 이상이 85.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 50대(82.2점), 20대 이하(81.8점), 30대(81.2점) 순이었다.

시도 경찰청별로 보면 전남청(86.4점)이 가장 높았고, 부산청(86.1점), 세종청(85.4점), 전북청(85.3점) 순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제주청(82.1점), 서울청(81.8점), 경기남부청(81.1점), 인천청(78.7점) 하위권에 머물러 안전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체감안전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구로구와 신림역, 서현역 등지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폭행, 신당역 스토킹 살인, 광양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살인 등 국민의 안전을 헤치는 강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민생·생활치안 확립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이상동기 범죄와 성폭력, 악질적 민생사범 등은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치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각오로 경찰은 물론 행정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두터우면서도 촘촘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여주기나 실적주의에 집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검거 위주의 무리한 법집행은 자칫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안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과 함께 범죄의 근본 요인을 미리 없애는 데 역점을 두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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