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26 12:20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10월 기업 체감경기가 8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 제조업 주력산업의 실적 회복 기대에도 소비심리 약화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69) 이후 최저치다.

BSI(Business Survey Index)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음을, 100보다 높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 등으로 인해 전자·영상·통신장비가 3포인트 감소한 반면 화학물질·제품은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 증가 기대 등으로 10포인트 올랐다. 1차금속도 중국 철강생산 감산, 부동산 부양책 등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이 반영돼 12포인트나 개선됐다.

일부 주력 산업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전산업 업황 BSI가 악화한 것은 비제조업의 부정적인 전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이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8포인트 하락했다. 또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늘고, 게임 유저 수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12포인트)과 정보통신업(-6포인트) 지수도 하락했다. 건설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경기 부진으로 4포인트나 내렸다.

걱정스러운 것은 당분간 기업들의 체감경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내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경기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악화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모든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수출과 내수둔화가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체감경기 악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빨라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하락과 고금리도 경기회복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올해 잠재성장률이 1.9%로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고, 내년(1.7%)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기업들의 비관적인 경기전망까지 겹칠 경우 우리경제는 좀처럼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있다. 특히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경제지표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하락은 우리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잠재성장률 추이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우리 경제의 체온이 더욱 차갑게 식을 거란 우려가 팽배해 있는데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치열한 구조조정과 함께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을 근본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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