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0.27 13:34
인요한(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회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요한(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회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7일 첫 회의를 열어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활동기간은 오는 12월 24일까지 60일간이며, 향후 최고위원회 의결로 1회에 한해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인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통합을 추진하겠다"면서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구성한 혁신위원회 사람들이 변화·쇄신 기대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과연 여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걱정이다.

물론 이런 시각들은 어디서든 있을 수 있다. 특히 반대 진영이나 매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혁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적잖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여성(7명)과 2040세대(8명)가 각각 과반으로 구성된 혁신위원을 발표하면서 "젊은 층 중심으로 구성했고, 쓴 약을 조제해 (국민이)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혁신위원 가운데 당 안팎에서 혁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선임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러니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비주류나 과감하게 쓴 소리를 해 온 이준석계나 유승민계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 윤희숙 전 의원 등이 잇따라 고사한 탓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을 품안에 한 명도 넣지 못한 것은 인 위원장이 주창한 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고,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태생의 이유를 생각하면 할 일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의에 응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인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마누라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자세로 강력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국민의힘의 환부도 제대로 수술해야 한다.

권한과 역할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얘기하겠다고 한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진짜 할 말을 하고, 혁신을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당의 주류는 물론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며, 고칠 게 있으면 과감히 바꾸라고 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견제 기능도 되살려야 한다. 지금처럼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는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혁신안이 나와도 '앙꼬 빠진 찐빵'이나 다름없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영남권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새로운 인재를 발탁하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정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넘어야 할 산도 높다. 혁신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혁신의 범위나 방향을 놓고 적잖은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주저해선 안 된다. 좌고우면 하지 말고 강력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하고, 대통령이나 지도부는 혁신위원회의 결정을 가감 없이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온 여권의 쇄신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국민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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