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01 12:19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 국회'가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1일 시정연설에 이어 국회가 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것을 기점으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국회는 오늘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결위가 예산 심의에 들어가고,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 예산안을 심사한다. 이어 예결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거쳐 헌법상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2.8% 늘어난 규모로,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인데다 문재인 정부(2018~2022년) 연평균 증가율(8.7%)의 3분의 1에 불과한 그야말로 역대급 긴축예산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여서다.

정부가 이런 예산을 편성한 것은 긴축을 통해서라도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이나 늘면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흔들리고 민간 경제의 활력이 저하된 것은 사실이다. 고용·복지·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선심성 지출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지출을 줄여 재정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를 줄이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한국 경제가 1%대 초반의 저성장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긴축이 경기 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기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재정이 줄어들면 경기회복이 요원할 수 있어서다. 만약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을 줄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이에 따라 이번 예산 국회에서는 이런 정책의 모순점을 낱낱이 규명하고, 정책의 효과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막대한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실제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쓸 만한 데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얘기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여야 관계가 극심한 정쟁으로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이어서 예산안 통과 일정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이 없는 '경제 포기' 예산"이라며 "국민과 민생을 원칙으로 정부 예산안을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말 그래선 안 된다. 엄혹한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올해만큼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국가가 될 수 있는 예산을 짜야 한다. 특히 '빚쟁이 국가'로 전락한 실상을 인식하고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밤새워 검증하고 따져야 한다. 그래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저급한 말싸움이나 벌이다 막바지에 벼락치기 심의하거나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 간 '예산 나눠먹기 짬짜미'를 반복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이런 구태는 없어질 때도 됐다. 오로지 국가경제를 바라보고 예산심의에 나서야만 우리의 미래도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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