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05 14:00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올해 3분기는 메탈 가격 하락, 전기차 시장 둔화 등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 P5 배터리 수요로 견조한 실적을 받았다. SK온은 개선된 수율로 역대 가장 적은 손실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4분기 시장 상황은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실적 도약보다는 '부진만 면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개선에 집중하는 4분기를 보낼 전망이다. SK온은 수율을 유지하며 흑자 전환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개선된 실적을 유지하겠다는 게 목표다. 

◆LG엔솔,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에도…4분기 우려감 감돌아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40.1% 증가한 실적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8.7% 증가했다. 

역시 2155억원에 달하는 AMPC 금액이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 1분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에 세액공제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번 분기는 신규 생산라인의 안정적 증설·가동으로 전분기(1109억원)보다 94% 늘어난 금액을 수령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누적 실적으로 매출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4분기 예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이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한 마디로 전망을 마무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 둔화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3사 중 미국 완성차 고객사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에 8개(건설·운영 포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올해 미국 완성차 고객사들은 전기차 사업 속도를 줄이고 있다. 이에 권영수 부회장도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전기차가 아직은 적자니까 판매를 줄일 계획을 할 수밖에 없겠다"며 "금리도 올라가니 전반적인 차 수요도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의 수요 둔화에 따른 물량 조정 가능성 지속되고 있다"며 "메탈 가격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된 판가 하락으로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매출액과 수익성 모두 기대치 대비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매출 상승세' 처음 꺾인 SK온…'흑자 전환' 당면 목표

SK온은 3분기에 매출 3조1727억원, 영업손실 86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465억원 줄였다.

그러나 SK온은 출범 분기인 2021년 4분기(매출 1조665억원)부터 올해 2분기(3조6961억원)까지 매 분기 연속 매출이 늘었지만, 지난 3분기에는 2분기보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시장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소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각각 2554억원과 454억원이 줄었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 기대하던 흑자전환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SK온은 "미국공장 수율 개선으로 생산성,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하락한 메탈 가격 여파·북미 판매량 소폭 감소 영향이 컸던 게 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4분기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SK온은 북미 공장 수율이 개선되고, AMPC 수혜가 확대되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SK온의 낮은 수율은 이전부터 연속적 영업 손실의 배경으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통상 배터리 생산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90% 이상의 수율을 충족해야 한다고 알려져있는 반면, SK온은 지난 분기까지 70~80%대에 머물러있었다. 하지만 이번 3분기 SK온은 조지아주 공장 수율이 향상되면서 90% 수준까지 높였다는 설명이다.

4분기 AMPC 수혜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분기부터 SK온은 AMPC 금액을 실적에 포함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직전 분기 세액공제를 소급 적용해 총 1670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이번 3분기 AMPC 금액은 2099억원으로, 지난 상반기 합산액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프리미엄 전략 통해"…'P6' 수주에 '집중'

삼성SDI는 3분기 매출 5조9481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4960억원이다. 상대적으로 늦은 북미 진출로 AMPC 효과를 누리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실적은 자동차 전지 판매 호조 덕분이다. 자동차 전지 중 특히 P5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 위주의 대응이 경기 둔화 여파를 피해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4분기에도 삼성SDI는 P5 배터리에 주력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50% 수준인 P5 비중이 오는 4분기 55%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나아가 삼성SDI는 차세대 제품인 'P6'와 전고체 전지 관련 수주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삼성SDI는 개발 중인 'P6' 배터리를 2026년부터 7년 동안 현대자동차 유럽 시장용 전기차에 공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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