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03 14:09
(사진제공=국민연금)
(사진제공=국민연금)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가 '소득대체율'이다. 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가입 기간이 40년일 때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기준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따라 연금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입자 입장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높아질 경우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싫어할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이 40%면 가입 기간(40년 기준)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이라면 은퇴 후 생애평균소득의 40%인 연금으로 월 120만원을 받게 되지만, 소득대체율이 50%가 된다면 연금이 150만원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높아져 연금이 오른 만큼 연금기금의 재정상태는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올리는 것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래서 기금 재정상태에 따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다. 실제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되었을 당시 70%로 설계된 소득대체율이 1988년 60%로 낮아지고, 2028년에는 40%로 낮추도록 수정한 것도 기금고갈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올해 기준 42.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공적연금 평균 소득대체율(2021년 기준) 42.2%와 비슷하지만 보험료율은 9.0%로 OECD 평균 18.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자료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연금이 OECD 가입국 공적연금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정부가 한국과 유사하다고 제시한 OECD 가입국 공적연금 평균은 우리와 다른 기준의 '평균임금'을 적용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한 반면, OECD는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으로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소득대체율(42.5%)보다 11.3%포인트 낮은 것이다.

정부가 이런 자료를 내놓은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평균값을 낸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잘못된 지표로 국민을 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안정한 국민연금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30년쯤 후 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개혁은 불가피하고도 시급한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지표로 국민들을 눈속임을 하는 것은 누가봐도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혁과정은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과거 정부들이 개혁을 공언했지만 1998년과 2007년 단 두 차례밖에 손질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를 앞세워 국민을 설득해도 개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국민 눈가림으로 개혁을 이뤄낼 수 있겠나. 지금은 "개혁이 늦어질수록 연금재정이 더 악화되고 그만큼 더 고통스러운 개혁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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