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1.07 14:00

EU 의무 사용 비율 단계적 제고…2027년 수요 작년보다 50% 늘어난 2400억ℓ 전망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정유업계가 바이오연료 사업 추진에 나섰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정유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바이오연료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연료는 주로 곡물·식물·나무·해조류·축산폐기물 등에서 추출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친환경 소재에서 연료를 생산하는 만큼 기존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과 인프라의 구조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의무사용 비율을 높여가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 사옥에서 열린 PFAD 공급 계약 체결식에서 주영민(왼쪽)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와 승범수 코린도그룹 의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 사옥에서 열린 PFAD 공급 계약 체결식에서 주영민(왼쪽)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와 승범수 코린도그룹 의장이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코린도그룹, LX인터내셔널과 각각 연간 4만톤, 총 8만톤 가량의 팜잔사유(PFAD)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PFAD는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산도가 높아 전 세계 소수의 바이오디젤 공장에서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말 충남 대산공장 내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PFAD 외에도 폐식용유를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완공을 앞둔 바이오디젤 공장에 이어 수첨 바이오디젤 공장 건설, 해외 바이오연료유 제조 사업 진출 등을 계획 중이다. 2025년 이후에는 연산 50만 톤 내외의 바이오항공유 제조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오는 2025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양사는 26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0만톤의 바이오원료 및 식용유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정제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폐원료를 회수하는 사업도 공동 추진한다.

이 밖에도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국내 최초 바이오항공유(SAF)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HMM과는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산업부에서 주관하는 바이오선박유 도입 계획에 참여해 국내외 선사들에게 바이오선박유의 공급을 지속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바이오항공유(SAF).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바이오항공유(SAF). (사진제공=대한항공)

정유업계가 직접적인 공급망 구축에 나서지 않고 공동투자, 지분투자 등을 선택하는 이유는 국내 규제 등 아직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도 자체 공급망을 만들기보단 국내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문 트레이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7일 폐자원 원료 업체인 대경오앤티 지분 투자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40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SKTI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40%를, KDB산업은행과 유진PE가 60%를 보유하는 구조다. 

SKTI는 바이오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과도 협력한다. 올해 3월 중국 폐식용유(UCO) 업체인 진샹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액체연료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인피니움에 투자한 바 있다. 

에쓰오일도 바이오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서 현재 추진 중인 그린 이니셔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연료 수소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라며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 (사진제공=에쓰오일)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 (사진제공=에쓰오일)

이처럼 정유사들이 바이오연료 사업 추진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책 시행으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 비율 2%를 적용하고 2030년에는 14%, 2050년에는 50% 수준으로 의무사용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미 프랑스는 1%의 SAF 의무 사용을 실시했다.

미국도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가 바이오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경유 생산에 있어 바이오연료를 혼합 생산하는 비율을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연료 수요는 지난해 약 1600억ℓ에서 오는 2027년 약 1900억ℓ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각 국가의 바이오연료 정책이 강화되면 2027년 수요가 작년보다 50% 늘어난 2400억ℓ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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