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1.11 11:19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전기차 수요 부진에 배터리‧완성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는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손잡고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려고 했던 3자 파트너십을 철회한다고 11일 공시했다. 3사의 이러한 방향 선회는 최근 전기차 수요가 성장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무리한 자본 투입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3사는 올해 2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45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전기차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코치는 공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포드·코치 그룹은 앙카라 지역 배터리셀 생산 투자를 검토한 결과, 현재 전기차 전환 속도가 배터리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지난 2월 발표한 업무협약을 취소한다”고 전했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포드의 전기 상용차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포드와 코치는 튀르키예에 합작사인 ‘포드 오토산(Ford-Otosan)’을 설립하고 연 45만대 규모의 상용차를 생산 중이었다. 기존 상용차 인프라에 전기 상용차 생산라인을 갖추고, 3사 합작으로 배터리 자체 조달에 나서는 등 밸류체인을 구축할 방침이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의 전기 상용차 추진 계획이 전면 틀어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035년까지 유럽 전역에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겠다는 포드의 계획에 지속 협력할 예정”이라며 이번 투자철회가 시기조율의 의미를 담는다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생산공장 가동계획도 연기하며 시장 추이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배터리 생산공장은 내년 초로 가동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이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주도로 이뤄졌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공장 현황.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북미 공장 현황.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외에 SK온도 인프라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거는 등 배터리 업체들의 계획 수정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었던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의 가동 일정을 최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양사 합작사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에 1곳, 켄터키주에 2곳의 공장을 건설해 연간 129G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할 방침이었다. 켄터키주 1, 2공장은 각각 43GWh 규모다. 켄터키 2공장과 별개로 당초 예정된 테네시주 공장과 켄터키주 1공장은 2025년에 가동계획을 유지한다.

지난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는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기존 1430만대에서 1377만대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 전기차 수요 부진이 하반기 들어 가시화되는 중이라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로 인한 경기침체에 내연기관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의 구매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당분간 전기차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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