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13 12:1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글로벌 우수 신진 연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글로벌 우수 신진 연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정부가 대폭 삭감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전문가들과 학계의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복원하거나 대거 증액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야당과 연구 현장을 지켜온 과학자들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13일 삭감된 R&D 예산 가운데 일부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송언석 의원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젊은 과학자 인건비와 기초연구지원 등 R&D예산 일부 복원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먼저 올해보다 2000억원(-6.2%) 삭감된 젊은 과학자 인건비와 기초연구 지원 분야 예산을 복원한다. 또 기초과학 분야의 국내 연구기관인 IBS(기초과학연구원) 운영비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올해보다 3000억원(-10.8%) 줄어든 정부 출연 연구기관 예산 삭감 폭도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중이온 가속기 선행 R&D' 등 수월성 분야 사업비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31조1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16.6%) 줄어든 29조50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R&D 예산을 줄인 것을 넘어 감소율이 무려 10%대 중반을 넘는 파격적인 감축안이라는 점에서 각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기초연구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 예산이 대폭 축소되면서 대학원생은 물론 포닥(박사 후 연구원)과 비전임 연구원 등 젊은 연구 인력들이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정부가 이런 예산을 편성한 것은 연구비 나눠 먹기와 과제 쪼개기, 중복투자 등 잘못된 R&D 투자를 효율화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런 비효율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예산삭감을 감행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연구 현장은 물론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긴 했지만 국가의 미래가 달린 R&D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되기 전에 정부·여당이 방향 전환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 하다. 중요한 것은 시늉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왕 복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보다 확신한 의지를 갖고 복원하고, 더할게 있으면 과감하게 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삭감 예정 R&D 예산의 전부 복원이 어렵다면 과학기술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예산만큼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 또 과학기술 미래를 책임질 대학(원)생 등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될 대목이다.

효율화를 명분으로 미래 기술 발전을 위한 전체 기반까지 흔들어서야 되겠는가. 만약 국회 심의과정에서 R&D 예산 복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학기술계 생태계 붕괴, R&D 경쟁력 저하 등 엄청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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