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17 11:4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제도가 오늘(17일)부터 시행된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주당 2개에서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은 과정에서 창업자 본인 지분이 희석되면서 경영권 확보에 골머리를 앓는 사례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조처가 중소기업과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 하다.

새로 시행되는 법안에 따르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기존 지분율이 30%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이 30% 아래로 내려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창업 이후 누적 투자 금액이 100억원 이상이고, 가장 마지막으로 받은 투자액이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런 조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절차도 까다롭다. 기존 주주의 동의를 받아 회사 정관을 개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발행되는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10년 이내의 존속 기한을 갖고, 기한이 경과한 주식은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상속·양도하거나 창업자의 이사직 상실 경우에도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편법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했을 경우 관련 사실을 중소기업벤처부에 보고하고 정관을 본점과 지점에 비치 및 공시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되다. 중기부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공시 의무 등을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복수의결권을 허위 발행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벤처기업들은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반기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벤처기업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제도 안착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투자환경을 감안하면 발행조건인 100억원 넘게 투자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창업주가 현금이 없어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을 출자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받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실제 창업자가 현물출자를 해 새 주식을 받으면 거래의 실질은 구주를 신주로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 세법은 이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이런 세금은 현금부자가 아닌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요인이 돼 결국 복수의결권 주식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보완할 게 있으면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제도 도입의 취지도 살리고,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로 물꼬를 튼 이번 벤처기업 지원대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벤처기업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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