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20 22:30
강의를 듣고 있는 공무원 준비생들. (사진=해커스 공무원 페이스북)
강의를 듣고 있는 공무원 준비생들. (사진=해커스 공무원 페이스북)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는 2025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 국어·영어 과목의 출제 기조가 직무 능력 중심으로 바뀐다. 현행 채용 시험이 공무원 직무 능력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데다 수험 준비 과정에서 쌓은 지식이 실무에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 공무원 직무 적합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국어 시험은 옳은 외래어 표기나 합성어 구분 등 국어 문법을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주로 출제됐으나, 앞으로는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지문 속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국어 능력과 이해·추론·비판력과 같은 사고력을 검증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얘기다.

영어 시험도 실제 활용도가 낮은 어휘·어법보다는 이메일·안내문 등 업무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출제 기조를 바꾸기로 했다. 새로운 출제 기조는 기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5년부터 인사처가 출제하는 국가·지방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및 지역 인재 9급 시험에 적용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간 문제점으로 거론됐던 출제방식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실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출제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어·영어 과목의 출제 기조 개편을 넘어 이참에 시험과목 개편도 서두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9급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실제 시험과목이 달라 공무원시험에 매달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쉽사리 민간 기업이나 공사·공단 등으로 취업을 전환할 수 없는 탓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이 연간 2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공무원 시험 과목이 기업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보니 또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힘들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게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문제조차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무관한 지식으로 응시자 절대다수를 떨어뜨리려는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 전락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9급 공무원 선발도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PSAT는 국가직 주요 시험에서 대세가 됐다. 정부에 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단순 암기시험 위주의 공채 시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타당성 평가도 받고 있다. 산업현장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표준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맥상통해 민간과의 호환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암기식 과목보다 학원 의존이 낮다는 점에서 학원비 등 수험생활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점이 많은데도 국가직 9급과 지방직 7급·9급만 PSAT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분명 옳지 않다. 시대가 요구하고 경쟁력 있는 적합한 인재의 선발을 담보할 수 있는 측정도구라고 평가하면서도 9급 공무원 공채에 PSAT 도입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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