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1.20 16:44

"충정 지역, 은행 없다" 명분 내세워 기업은행 본점 이전 추진
산업은행 부산 이전 경제효과 과대포장…되려 15조 손실 주장도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IBK기업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여야를 떠나 일부 정치인이 지역 우선주의로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을 추진하니 기업은행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황운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기업은행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에선 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개정해 대전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대전 이전의 명분은 충청 지역을 담당하는 지역은행이 없다는 부문을 내세웠다.

충청은행은 1998년, 충북은행은 1999년 퇴출되면서 약 20년 동안 지역을 근간으로 한 지방은행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충청권은 금융 소외지역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지방은행을 둔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청권은 기업 1개당 대출금액이 낮고 평균이자율은 높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중소기업은행 본점을 대전광역시에 두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금융 인프라 육성을 도모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대전·충청권에 금융인프라를 확충해 지난 20여 년간 지역은행이 부재해 겪었던 불편함을 해결하고 대전·충청권을 금융 소외지에서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본사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전 외에도 대구, 부산, 경남, 전북 등 지역에서 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 행장은 "기업은행 본점 이전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자자체 입장에선 메리트가 있겠지만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반대 이유는 각종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중기대출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사업체의 53%, 벤처기업도 65%가 수도권에 있고 중기대출의 66.5%, 총예금의 79.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본점 이전으로 현장 지원이 소홀해 질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은행장은 "중소기업은 다른 중견이나 대기업하고 달리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지원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총지휘센터인 본부가 지역으로 내려간다면 시의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효과를 밝혔다가 은행원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균형성장을 위한 산업은행 역할 강화라는 검토 자료를 근거로 "산업은행이 지역균형성장을 위해 2045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비수도권에 시설자금 125조1000억원을 추가 공급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적 생산유발효과는 300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산업은행 노조는 발끈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정치권에 의해 과장됐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보유 자산이 300조원도 안되는 산업은행이 어떻게, 단지 20년 만에 300조원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지 기본적인 금융상식도 없는 수준"이라며 "2024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비수도권 자본투자를 산업은행 혼자 담당한다고 가정하고 역산한 무논리"라고 반박했다.

한국재무학회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시 국가경제적 손실이 10년 동안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노사 공동 이전타당성 TF' 구성을 계속 요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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