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27 11:18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가 KT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가 KT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산후조리원은 분만 후 산모와 신생아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요양기관으로, 산모의 80% 이상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필요 시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만족도는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는 것 보다 낮았고, 본인의 집이나 시가에서 하는 것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잊을 만하면 감염병 사고가 일어나고, 정확한 요금 체계와 환불 기준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매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산후조리원 평가 제도를 의무화한다고 한다. 정부가 27일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그간 업계의 반대로 미뤄진 평가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먼저 평가제에 참여하는 조리원에 육아·부모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 혜택을 줘 평가제 참여를 유도하고, 2025년 이후에는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평가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후조리원·산후도우미 제공기관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가격이나 인력, 품질평가 등급 등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산후조리원 서비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서비스가 제대로 됐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산후조리원 내 의사 회진 서비스 요건과 범위를 담은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의사 회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리원은 5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산후조리원 인력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한다. 현재 산후조리원은 의료기관이 아닌 다중이용업소지만, 현행법에는 조리원에서 영유아의 건강관리 업무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만 맡게 했고, 1명 이상의 간호사가 다른 업무 겸임 없이 상시로 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인 조리원은 간호사가 부족해 기준을 따르기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조리원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조건에 충족하려면 금전적인 부담도 클 것이다. 하지만 조리원이 간호사를 구하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인력 기준을 풀어달라는 것은 무리다. 산후조리원은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질병에 취약한 신생아와 산모가 한 곳에 모여 2~3주 동안 기거해 질병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準)의료기관에 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호사를 건강 책임 관리자로 임명하도록 강제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일게다.

신생아는 물론 산모에게도 응급 처치를 해야 할 상황이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런 위험에 대비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거리가 멀다. 보통 20~30명 안팎의 산모와 그들의 신생아가 머무르는 산후조리원에 의사와 간호사가 근무하는 곳은 극소수이고, 의학 지식이 많지 않은 소수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산후조리원 평가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방침은 환영할 만 하다. 차제에 평가가 낮은 조리원은 퇴출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조치도 만들 필요가 있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리 감독은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