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28 11:06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 (자료제공=서울시)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 (자료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어린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다. 기존 소아과 병·의원들이 간판을 떼고 피부·성형 등 다른 과 병·의원으로 전환하거나 폐원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아과 진료체계가 급속히 무너진 탓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데 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아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가속화해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를 구축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부모들이 휴일이나 야간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지난 4월부터 소아의료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는 우리아이 안심의원(1차)-우리아이 안심병원(2차)-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3차)로 구성되며, 권역별로 참여 의료기관을 선정을 완료해 중증도에 따른 역할 분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안심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평일 오후 9시까지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8곳(강남권 3곳·강북권 5곳)이 올해 4월 18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안심병원은 응급실 운영기관 대상으로 9곳(동북권 2곳·동남권 2곳·서북권 3곳·서남권 2곳)을 선정했다. 이 중 6곳이 우선 운영 중이다. 전문응급센터는 상급종합병원 소아전문센터 운영기관 3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으로, 5월 23일부터 운영 중이다. 또 평일 야간과 토·일요일, 공휴일에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소아 경증환자의 외래 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도 기존 4곳에서 9곳으로 확대했다. 기관별 운영시간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간에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오후 9부터 12시까지 야간상담센터를 운영할 의료기관 2곳(기쁨병원·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도 선정했다. 야간상담센터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증상 체크리스트에 따라 상담 후 간단한 처치법과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안내하게 된다.

소아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이번 조치들은 매우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상황을 해소하고, 소아응급 환자의 분산으로 소아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안주해선 안 된다. 서울시의 조치는 우선 급한 소아 응급 의료 공백을 메울 긴급 대책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확충이 없이는 어떤 대책도 미봉책이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답은 분명하다. 소아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증원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면 늘어난 의사는 부족한 곳을 채우기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진료 수가를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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