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28 18:45

성장 정체에 실망감 표시…'신상필벌' 원칙 계속 적용할 지 고심

3일 서울시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고(故) 손복남 고문 1주기 추모식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3일 서울시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고(故) 손복남 고문 1주기 추모식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재계 순위 13위인 CJ그룹이 내달 정기 임원인사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신세계그룹이 고강도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CJ그룹도 이러한 기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12월 즈음에 인사 단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기 임원이사가 10월에 이뤄지면서 올해도 비슷한 시기가 예상됐지만, 이를 한발 늦췄다. 올해 CJ그룹의 주력 계열사 실적이 예전만 못해 그동안 '성과주의'를 내세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심이 짙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달 초 이 회장은 '온리원(ONLY ONE) 재건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각 계열사 대표에게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김홍기 CJ 대표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대표 및 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전략회의에서 '재건'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룹의 성장정체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그룹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미디어 사업의 CJ ENM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여기에 계열사 맏형인 CJ제일제당까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신상필벌'의 원칙을 명확히 하는 등 그룹의 성과에 따라 과감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지난 7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가 실시간 방송 ‘CEO 라이브톡’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국내 및 해외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지난 7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가 실시간 방송 ‘CEO 라이브톡’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국내 및 해외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번 인사에서 변동이 감지되는 인물에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비롯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이다. 이들은 2021년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로, 임기가 내년 3월에 종료돼 재연임 여부를 판단 받는다.

김 대표의 경우 CJ푸드빌의 적자탈출을 진두지휘한 점, 정 대표는 CJ프레시웨이의 안정적 재무관리를 이끈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 대표 역시 2018년 이후 올해 상반기 CJ CGV의 첫 반기 흑자 달성과 3분기 연속 흑자 달성이라는 실적 개선의 공로가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이러한 성과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위기에서 CJ제일제당의 실적 방어를 견인했지만, 엔데믹 이후의 부진한 성적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 대표는 재임 기간 글로벌 물류사업 재편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최다실적 견인했으나, 올해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입지가 불안정하다. CJ ENM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지휘했지만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회장이 구 대표에게 수장을 맡긴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 대표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 (사진제공=CJ올리브영)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 (사진제공=CJ올리브영)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는 올해 6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이 시장 역풍을 몰고 와 후유증이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법조 출신 경영인이었던 강호성 CJ 경영지원 대표가 사임하면서 그룹 지주사의 전반적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강 대표는 CJ ENM 대표에서 지난해 지주사 경영지원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수장을 맡은지 1년에 불과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수면 위에 올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의 거취도 주목받는다. 이 실장은 2021년 인사에서 승진하며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사업에서 '글로벌 전략 제품(Global Strategic Product)'을 앞세워 핵심 권역인 북미 지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냉동만두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견고히 다지고 있으며,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슈완스의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Red Baron)'은 2위 브랜드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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