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29 12:18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 개요도 (자료제공=서울시교육청)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 개요도 (자료제공=서울시교육청)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영어수업을 할 때마다 인공지능(AI) 교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어는 정확한 발음이 필요하고, 학생별로 격차가 있기 때문에 AI 선생님이 있으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탓이다. 특히 아이들의 말이나 호기심을 끊임없이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AI 선생님이 수업을 도와주면 학생들의 영어실력도 쑥쑥 커질 것이라고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A교사의 바람이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학생과 1대 1 영어회화를 하는 로봇을 내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민간기업과 협력해 개발 중인 '영어 튜터 로봇'을 5개 초·중학교에 각각 1대씩 시범 보급한 뒤 성과가 좋으면 수요 조사를 거쳐 보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로봇은 AI 기능이 탑재돼 학생과 1대 1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학생의 발음을 교정하고, 학습이 뒤처진 학생에게 다가가 개별 교육을 하는 등 맞춤형 수업도 가능하다. 교실에서 보조교사 역할을 하면서 학생 수준에 맞춰 원어민처럼 영어회화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리토킹(자유대화)이 가능한 '음성형 챗봇 앱'도 3개 초·중학교에 시범 도입한다. 앱은 무료 대여 디지털 기기인 '디벗'이나 개인 휴대전화, PC 등에 설치해 쓸 수 있으며, 학생들이 앱에서 특정 상황을 설정하면 프리토킹이 가능하다.

현재 초등학생용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으로 교과 과정과 연계돼 있는 'AI 펭톡'의 홍보와 연수도 강화하고, 중학생 대상의 영어 말하기 콘텐츠와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원어민 보조교사도 확대한다. 희망하는 모든 공립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1명을 배치하고,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최대 2명까지 배치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모든 초등학교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학생 수 1000명 이상의 과대학교에는 1명을 추가로 배치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학생들의 글로벌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 학생과 비대면으로 교류하는 국제공동수업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 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통·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 학생과 외국 학생이 비대면으로 교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현재 198개 학교에서 18개 국가와 교류 중이다. 이런 수업을 2026년까지 중학교 1학년 전체와 희망하는 초·중·고교로 확대한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복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런 계획은 칭찬할 만 하다.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넓은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무엇보다 영어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발음 교정과 함께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공교육만으로도 학생들의 실력이 늘어 사교육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다만 모든 수업은 교사와 학생들간에 케미(화학 반응)가 중요한데, 학생들이 인공지능 선생님을 얼마나 흥미롭게 받아 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AI 선생님이 바꿀 교육현장의 변혁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 분명하다. 그 범위도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장·단점도 극명하게 갈린다.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학습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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