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1.30 16:30

산은·해진공, 유찰 피하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 최소화 전망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유일한 국적선사이자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전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하림과 동원의 물밑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양측 수장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HMM 인수자금 마련에 불확실성이 존재해 낙찰과 함께 유찰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해운업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본입찰에 하림그룹-JKL파트너스와 동원그룹을 대상으로 정성평가를 진행 중이다. 매각 측은 자금조달 구조와 경영 계획 등의 항목을 평가해 조만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하림그룹,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 등 3개사가 적격인수후보로 추려졌지만, LX인터내셔널이 지난 23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본입찰은 하림과 동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으며, 양측은 6조3000억~6조4000억원 수준의 인수 희망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동원력에서 다소 앞선 하림이 조금 더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양측이 써낸 금액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면서 정성평가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HMM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HMM)
HMM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HMM)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보통주 3억9879만156주(57.9%)다. 매각 예정 가격은 HMM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했을 때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이 통상 20~30% 정도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화, 매각 예정가를 6조원대로 낮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해운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초 8조원대로 점쳐진 매각가를 고수할 경우 유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삼았다. 최근에는 우리은행·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들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끌어들였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 자회사 동원로엑스를 앞세웠고,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원사격이 더해진 인수금융 마련과 함께 해외 자회사이자 미국 내 참치 브랜드 1위 업체인 스타키스트의 역할이 '히든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었지만 구체적 속사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진제공=산업은행)
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진제공=산업은행)

앞서 산은은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대로라면 두 후보 중 하나가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단순히 자금동원력 측면만 놓고 봤을 때 하림이 근소하게 우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의 자금 확보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자산규모는 HMM의 3분의 1, 자기자본과 시가총액은 각각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자금 마련을 위한 인수금융이 불투명한 상황이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무리한 인수전으로 유일한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어 차라리 유찰돼 '제3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해운업황 다운사이클이 본격화된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10~20년 주기로 호황·불황이 오감) 업종으로, HMM은 해운업 불황기인 지난 2011~2019년까지 약 10년간 적자였다. 결손금만 4조원에 달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최근 해운시장의 운임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24일 기준 993.2를 기록, 작년 초와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통상 SCFI의 손익분기점은 1000선으로 지금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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