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2.19 12:00

영구채 전환 유예 등 논란된 요구사항 모두 철회
산은 "내년 상반기 중 거래 종결 계획"…업계 우려는 '여전'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유일한 국적 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됐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18일 "HMM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팬오션·JKL을 선정했다"며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보유한 HMM 보통주 3억9879만156주(57.9%)다.

하림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찰에 참여했다. 하림이 본입찰에 적어낸 가격은 최대 6조4000억원대로 동원그룹(6조2000억원대)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차이로 인해 하림이 정량 평가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선박을 활용한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 금융 없이 팬오션만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점 등도 선정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림 측은 약 3조원의 자기자본에 인수 금융 3조5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림 측에서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발표가 지체됐다. 산은은 논란이 됐던 사안들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림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앞서 논란이 됐던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요구 사항은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매각 측 사외이사 지명 수 축소 ▲JKL파트너스 주주 간 협약서(SHA) 체결 제외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림과 함께 본입찰에 참여했던 동원그룹은 영구채 전환 유예 건에 대해 입찰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하림그룹이 HMM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재계 순위도 기존 27위에서 13위로 14계단이 뛰어오르게 된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HMM 밴쿠버호 (사진제공=HMM)
HMM 밴쿠버호 (사진제공=HMM)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종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라고 보고 있다.

HMM은 올해 4월 기준 자산 총액이 25조8000억원, 현금성 자산만 해도 14조원에 달한다. 반면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기대야 한다. 이 때문에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운업황 다운사이클이 본격화된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10~20년 주기로 호황·불황이 오감) 업종으로, HMM은 해운업 불황기인 지난 2011~2019년까지 약 10년간 적자였다. 결손금만 4조원에 달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최근 해운시장의 운임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5일 기준 1093.52를 기록, 작년 초와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통상 SCFI의 손익분기점은 1000선으로 지금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하림은 19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 측과의 비밀유지계약으로 입찰 내용과 세부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선 공개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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