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11 11:33
공급망기본법 체계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공급망기본법 체계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정부가 경제안보품목을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급망안정화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고, 이미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 새삼 다시 조명되는 것이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가 지지부진했던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안보 공급망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급망기본법 후속 조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광물과 원자재 등 경제안보품목 관리를 총괄할 위원회 설치, 공급망 위기대응 매뉴얼 작성, 안정화기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급망기본법은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급망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중앙행정기관장과 경제·안보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급망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공급망 안정화·위기대응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내년 하반기 공급망 안정화 정책·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소관 부처는 기본계획을 토대로 이듬해 1월까지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특히 국가·국민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필수적인 물자·원재료 등은 내년 하반기 공급망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경제안보품목 도입·생산에 기여한 사업자는 공급망안정화선도사업자로 선정해 지원하고, 부처 간 협업을 확대해 소관 부처별로 운영 중인 관련 조기경보 시스템의 실효성도 높이기로 했다.

공급망선도사업자와 관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안정화기금도 설치하기로 했다. 재원은 정부 보증 공급망 기금 채권을 발행해 조성되며, 기금 규모는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기금 운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며, 경제안보품목 확보, 국내외 시설투자 등에 주로 사용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요소·인산이암모늄·흑연 등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품목들의 공급망 위험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공급망기본법 시행일인 내년 6월까지 후속 조치 등을 마무리해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3법 중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안의 조속한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그동안 공급망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컨트롤타워 부재, 부처 간 칸막이 행정과 책임회피 관행, 임시·대증요법 치중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조치로 범정부 차원에서 경제안보품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신설되면 공급망 관리가 개별 부처 위주에서 범부처 체계로 강화되고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도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드웨어는 구축됐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동안의 잘못을 거울삼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을 다시 짜야 한다. 한 발 더나아가 모든 품목이 경제안보 면에서 중요하다는 각오로 수급 안정에 빈틈이 없는지 전략적이고 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대체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도 부족한 게 있을 게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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