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13 11:38
지난 5일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지난 5일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이차전지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 주력산업을 보완할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차전지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앞으로 5년간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시장을 조성하는 등 관련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13일 정부가 내놓은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이차전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관련 기업에 대출·보증·보험을 확대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 북미 시설투자에도 금리·보험료 인하 등을 지원한다. 1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펀드도 올해 말까지 조성하고,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 등 내년 이차전지 관련 연구개발(R&D)에 총 736억원이 투입된다.

사용 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육성하는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도 본격 추진된다. 사용 후 배터리 중 일부는 성능을 복원해 전기차용(재제조)으로 활용하고 그 외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나머지 용도(재사용)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모든 사용 후 배터리가 재활용될 경우 연간 전기차 17만대 분량의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연간 전기차 생산 규모(30만대)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고, 그만큼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또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가 보급되면 전기차 가격도 이전보다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이력 관리도 강화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등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배터리 제조부터 운행·순환 이용까지 전주기의 이력 정보를 연계·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계별 정보 입력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관계부처·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차전지 태스크포스(TF)도 이달부터 운영하고, 전기차 폐차 단계에서 배터리를 탈거하기 전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사용 후 배터리 수거·운반· 보관 기준,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 등을 규정한 지원법도 내년 중 마련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엇보다 산업 대전환기에 있는 한국의 주력산업을 보완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최근 들어 이차전지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어느 국가도 선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기본이다. 여기에 기업과 학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더해져야만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게 아니다. 적기에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지원책은 이차전지 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부족한 게 있다면 서둘러 채워 넣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바꿀 이차전지 신화의 역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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