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20 12:08

K반도체, '내년 상반기 바닥 찍고 실적 반등될 것"
생성형 AI 개발 열기로 HBM 수요 폭증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며 '혹한의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소비가 크게 둔화되면서 완성품 기업에 반도체 재고가 쌓었고 연쇄적인 효과로 반도체 가격은 물론 매출까지 추락했다.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했고 재고 소진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은 당초 4분기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까지도 반도체 불황은 쭉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반도체 업계, 올해 '적자 행진'…내년은 성장세 전환 '기대감'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적자 행진을 이어갔으며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도 10억원 안팎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5201억2600만달러(약 678조8000억원)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5740억8400만달러(약 749조7000억원) 대비 9.4%가 감소한 수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이 더 심각해 WSTS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896억100만달러(약 117조100억원)로, 지난해 1297억6700만달러(약 169조5000억원)와 비교해 31.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와 2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의 누적적자는 3분기까지 각각 12조6900억원, 8조763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3분기 DS 부문 매출액은 16조44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3조200억원에 비해 매출이 7조원 정도 줄었다. 영업이익도 현저히 줄었는데 지난해 3분기 5조1200억원이었지만, 1년 뒤인 올해 3분기에는 영업적자(-3조7500억원)를 보였다. 반도체 업종의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 9조66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10조9828억원보다 매출이 1조원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적자(-1조7920억원) 전환됐다.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모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4분기에도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4분기 영업적자 전망치를 1조1000억원으로 예상했으며, SK하이닉스도 1424억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를 괴롭혀오던 반도체 재고자산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올해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단행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재고자산 증가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DS 부문 재고자산은 올해 3월 말 31조9481억원에서 6월 말 33조6896억원으로 5.5% 늘었다. 그러나 9월 말에는 33조7307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을 괴롭혀오던 과잉 재고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반도체는 현재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DS 부문과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상반기에는 바닥을 찍고 실적이 반등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이미지.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이미지. (사진제공=SK하이닉스)

◆생성형 AI 개발로 HBM 시장 '호재'…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솔드아웃, HBM 물량 모자란다

올해는 생성형 AI 개발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급부상했다. 향후 HBM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재가 크게 기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 및 2027년 HBM 시장 규모는 50억달러(약 6조4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하며, 삼성전자도 40%의 점유율을 확보해 전체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면서 올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생성형 AI인 '챗GPT의 열풍'으로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HBM의 수요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판매 호조의 영향으로 3분기에는 D램 사업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캐파를 최대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청주공장 내 HBM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나서고 있다. 실리콘관통전극(TSV) 본딩, 웨이퍼서포팅시스템(WSS) 등 HBM 양산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청주공장 인근에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신규 팹도 건설 중으로, 차세대 HBM이 이곳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는 또 이달 초 단행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HBM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 산하에 'HBM 비즈니스'를 신설해 HBM 역량과 기능을 결집시킨다는 전략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내 HBM 비중이 올해는 약 10~15%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약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에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캐파 관련 "HBM3와 HBM3E를 포함해 내년도 캐파는 현 시점에서 솔드아웃됐다"며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HBM3E 캐파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내년에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에 글로벌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HBM 등 고부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선단 공정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HBM3E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직은 HBM3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 공정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기 위해 제품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엔비디아도 HBM3 물량이 부족한 만큼 삼성전자를 공급업체로 선정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제품 성능 테스트 중 최소 성능 요구치를 통과했지만, 아직 계약은 체결하지 않았다. 

HBM 수요 확대로 K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각각 46~49%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크론이 4~6%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인텔 4 공정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인텔 4 공정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AI 반도체 시장 '경쟁 가열'…AMD·인텔 등 엔비디아에 '도전장'

엔비디아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AI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

이 시장에 AMD와 인텔 등이 도전장을 내면서 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뜨겁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MD 등에 AI 반도체 업체에 HBM를 납품할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의 호조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AMD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이나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자 행사를 개최하고 최신 AI칩인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MD는 현재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특히 AMD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450억달러에서 2027년까지 9배 성장해 4000억달러(약 520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MD는 HBM 공급물량이 매우 부족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의 HBM을 대거 구매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실적이 빠르게 정상궤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도 AI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지난 18일 국내에서도 생성형 AI 소프트웨어용 칩인 '가우디3'를 비롯해 새로운 AI 반도체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인텔은 가우디3를 내년에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인텔은 지난해 '가우디2'를 출시하며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이 제품은 인텔이 이미 2019년 20억달러를 주고 인수했던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하바나랩스가 개발한 AI용 반도체다. 가우디3는 전작 대비 처리 속도를 4배나 개선했고 HBM 탑재 용량을 1.5배 증가시켜 LLM(대규모언어모델)의 처리 성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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